① 연봉 3배 빚진 청년들… "빚테크 하다 빚더미"
② 코인·주식 투자로 '쪽박'… 빚 줄일 수 있나요
③ "올해 터질 수 있다"… 저축은행 연체율 '비상'
④ 대출 연체율 '꿈틀'… 기준금리 동결에도 헉소리 나는 시장금리
#. 서울 노원구에 사는 정모씨(67)는 지난해 3월 전용면적 85㎡ 아파트를 7억원에 구입했다. 구입자금 중 4억5000만원을 연 2.5%에 30년 만기로 빌렸다. 그때만 해도 매달 내는 원리금균등 상환금은 178만원가량이었다. 1년이 흐른 현재 주택담보대출금리는 5.2%로 올랐고 월 납부액은 247만원으로 늘었다. 설상가상 정 씨의 아내가 허리 수술을 하면서 2000만원의 의료비용이 발생했다.
은퇴 후 소득이 없어진 정 씨는 생활비에 의료비, 대출이자를 내기 위해 카드론과 리볼빙 1000만원을 받았다. 카드론 금리는 8%, 리볼빙 금리는 13%에 달한다. 정 씨는 "은퇴 후 내 집 마련에 성공했다고 생각했는데 집값은 1억원 넘게 떨어진 반면 부채는 3000만원 늘어 연체 위기에 놓였다"며 "최대한 소비를 줄이면서 돈을 갚을 계획이지만 금리가 계속 오르면 이자 갚기 어려워 집을 팔아야 할지 고민"이라고 푸념했다.
13일 서울시내 은행 대출창구 앞에서 한 시민이 이동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시중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만기 5년 은행채 기준)는 연 4.41~6.52%로 한 달 전(연 4.13~6.64%)에 비해 하단이 0.28%포인트 상승했다. 대출금리 기준지표인 5년 만기 은행채 금리가 한 달 전보다 0.589%포인트(연 3.889→4.478%) 오른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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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담대 금리 상단 6%로 껑충… 연준 빅스텝 가능성━
1년 만기 은행채를 기준으로 삼는 신용대출 금리도 한 달 사이 하단이 0.270%포인트, 상단은 0.140%포인트 각각 상승해 지난 3일 연 5.420~6.450%로 집계됐다.한국은행은 지난 2월23일 기준금리를 동결했으나 채권시장에서 유통되는 채권금리는 오름세다. 2월3일 연 3.11% 수준이었던 3년 만기 국채금리는 한 달 뒤인 3월3일 3.79%까지 뛰었다.
연준은 지난해 12월 이후 각각 0.50%포인트, 0.25%포인트로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했으나 파월의 '매파'(긴축 선호) 발언에 4.5~4.75%인 현재 기준금리가 최고 6%까지 올라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연준이 빅스텝에 나서면 한·미 기준금리 격차는 최대 역전 폭 기록(1.50%포인트·2000년 5~10월)을 넘어 1.75%포인트까지 벌어진다.
한은이 외국인 투자자자금 유출과 원/달러 환율 상승을 우려해 오는 4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기준금리 동결에 한숨 돌렸던 대출자의 이자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3월 중 연준이 금리를 올리면 한·미 금리차가 벌어져 한은이 기준금리 동결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1300원대 원/달러가 짙은 강세를 보이면 한은이 물가 경로를 점검하면서 금리인상 카드를 꺼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원은 "한은이 경기둔화와 금융시장 불안정을 고려하면 기준금리를 동결해야 하지만 상당 부분 글로벌 경기 불황에 대응해 미국과 동조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며 "무리하게 대출받은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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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대출금리 5%… 연체율 두 배 증가 ━
#. 서울 마포에서 갈빗집을 운영하는 김모씨(58)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손님이 줄어들자 하루 매출이 250만원에서 50만원 이하로 쪼그라들었다. 지속된 불황 속에 제때 내지 못한 임대료와 전기세에 식재료 비용이 불어났고 저축은행과 카드사에서 빌린 총 5건의 다중채무는 3200만원이나 됐다.금융회사들은 김씨가 대출이자를 3개월 연체하자 최고금리(19.9%)에 연체이자(3200만원x3개월x1%) 96만원을 적용했고 대출원금은 3500만원으로 늘었다. 이자가 불어난 김씨는 신용회복위원회에 채무조정을 신청했고 2년간 운영했던 갈빗집 문을 닫았다. 김씨는 "가게 매출 통장에 지급정지 명령이 떨어지고 저축은행과 카드사로부터 엄청난 독촉 문자, 전화를 받았다"며 "채무 조정을 신청해 원리금의 60% 정도를 감면받았지만 다시 정상적으로 경제활동을 할 수 있을지 막막하다"고 했다.
정부가 2020년 4월부터 코로나 피해 자영업자 등을 대상으로 대출 만기 연장, 원금 상환 유예 등을 지원하고 있으나 늘어난 이자에 제때 돈을 갚지 못하는 자영업자들이 속출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2020년 4월 자영업자 만기연장·상환유예 제도를 시작해 6개월간 한시적으로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5차례에 걸쳐 연장했다.
원금상환 유예는 오는 9월 종료되고 대출 만기 연장은 최대 2025년 9월까지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만기 연장·상환 유예의 혜택을 받는 자영업자는 57만명, 대출액 규모는 141조원에 달한다.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숙박업소·식당 등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율은 껑충 뛰었다. 하나은행의 자영업자 대출의 연체율은 2021년 12월 말 0.16%에 불과했으나 2022년 말 0.33%로 두 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은 0.16%에서 0.25%, 신한은행도 0.14%에서 0.22%로 각각 증가했다.
저금리에 대출받았던 자영업자들의 이자 부담이 커진 탓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에서 개인사업자 대상 보증서 담보대출의 평균 취급 금리는 2.40~3.09%에서 1년 새 5.03~5.52%로 두 배 넘게 뛰었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신용등급을 낮춰 저금리 대출을 받으려는 사례도 늘고 있다. 중신용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정책 대출의 금리가 저신용자 전용상품에 비해 3%포인트가량 높게 책정됐기 때문이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신용보증재단중앙회가 내놓은 중신용 특례보증은 6개월 이상 영업 중이면서 개인신용평점이 710~839점인 소기업·소상공인이 지원 대상이다. 최대 3000만원까지 금리우대 보증부대출을 지원한다. 금리는 4~5% 수준이다.
반면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시행한 소상공인·전통시장자금의 금리는 2%다. 대상은 개인신용평점 744점 이하(구 6등급 이하, NICE 기준)의 소상공인이며 중신용 특례보증과 마찬가지로 최대 3000만원까지 지원한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저신용자들이 정책 지원 대상에서 밀려나 금융지원 취지가 무색해졌다"며 "자영업자의 대출연체가 늘고 있는 만큼 취약 차주를 지원하는 정책의 기준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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