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보급이 확산되면서 정유사들이 신사업 발굴에 나섰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①'알뜰'에 밀리고 '전기차'에 치이고… 주유소, 폐업만 남았다
②전기차 충전 너도나도 뛰어드는데… 주유소의 변신, 경쟁력 있나
③"기름 만으론 미래 없다"… 전기차 시대 '정유업계의 고민'
전기차 보급 확산으로 내연기관차가 점차 줄어들며 석유제품 수요도 감소할 전망이다. 정유사의 포트폴리오 확대 역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정유사들은 저탄소 기술 개발과 동시에 수소, 원전, 바이오 사업 등에 도전하며 미래를 준비한다.
최근 정유업계의 화두는 단연 '저탄소'다. 대표적인 다탄소 업종인 정유업계는 세계 각국의 탄소 배출 규제 강화로 온실가스 배출 저감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다. 한국무역보험공사가 이달 발표한 '탄소중립 시대, 정유 산업 동향 및 과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정유 산업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3425만톤CO2eq(이산화탄소환산량)로 1차 금속산업, 화학산업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했다. 이는 산업 부문 온실가스 배출 총량인 3억4400CO2eq의 10%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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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입는 정유사들… 불붙은 '저탄소·탈탄소' 열풍━
충남 서산시 대산읍에 위치한 현대케미칼 MX 공장. /사진=HD현대오일뱅크
국내에서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곳은 SK이노베이션이다. SK이노베이션은 카본 투 그린(Carbon to Green) 전략을 통해 2050년 넷제로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에스오일(S-OIL)도 2050년 넷제로 달성을 목표로 기후변화 대응과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에 나섰다.
GS칼텍스는 탄소 중립, 에너지전환 대응 등 미래 환경변화에 대응하는 '딥 트랜스포메이션'(Deep Transformation)과 저탄소 신사업을 본격화하는 '그린 트랜스포메이션'(Green Transformation)에 집중하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는 2050년 넷제로 달성을 목표로 설정하고 관련 사업을 추진 중이다.
정유업계와 정부는 탄소 중립 관련 기술 개발에 손을 모았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정유업계 2050 탄소 중립 기술 개발 로드맵'에 따르면 정유사들은 ▲친환경 연료 대체 ▲무탄소 연료 전환 ▲에너지공정 효율화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대체연료 생산 및 보급 등 5개 기술 개발을 추진한다.
현재 '탄소순환형 정유제품 생산을 위한 CCU 통합공정 기술개발 사업'이 진행 중이며 2025년까지 핵심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2030년부터는 상용화 연구에 돌입한다. 해당 기술은 정유 공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기초유분과 탄소 순환형 연료 생산 등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 탄소 저감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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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먹거리로 눈 돌리는 정유사들━
지난 3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3 인터배터리를 찾은 관람객이 SK온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SK이노베이션은 친환경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꼽히는 소형모듈원전(SMR) 사업도 추진한다. SK㈜와 SK이노베이션은 테라파워에 2억5000만달러(3300여억원)를 투자하고 SMR 시장 개척에 힘을 모으기로 합의했다. SK이노베이션은 테라파워가 개발하고 있는 소듐냉각고속로(SFR) 기반 4세대 SMR '나트륨'(Natrium) 실증과 상용 원자로 개발에 참여한다.
GS칼텍스는 미래 먹거리로 수소를 점찍고 액화수소 생산 및 공급사업, 수소충전소 구축 및 연료전지발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엔 한국남동발전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청정수소 밸류체인 전반에 대한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GS칼텍스는 도심항공교통(UAM)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카카오모빌리티·LG유플러스·제주항공·파블로항공·버티컬 에어로스페이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2025년까지 관련 기술 상용화에 나선다. GS칼텍스는 주유소 네트워크를 활용해 UAM 수직 이착륙장인 버티포트를 구축할 계획이다.
지난 3월 울산시 울주군 울산공장에서 열린 S-OIL 샤힌 프로젝트 기공식에서 참석자들이 시삽하고 있다. /사진=S-OIL
HD현대오일뱅크는 2020년 기준 85%인 정유사업 매출 비중을 오는 2030년까지 40%대로 축소할 계획이다. 화이트 바이오, 친환경 화학소재, 블루수소 등 미래 사업의 영업이익 비중은 70%까지 확대한다. HD현대오일뱅크는 롯데케미칼과의 합작사인 현대케미칼에 3조원을 투자하고 에틸렌과 프로필렌 생산에 나섰다. 앞으로 현대케미칼을 통해 태양광 패널 소재, 이차전지 소재, 바이오 소재 생산으로 사업을 다각화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사업은 국제 유가에 따라 실적 변동 폭이 크기 때문에 정유사들도 이에 대비해 적극적으로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관련 다각화와 비관련 다각화가 모두 활발하게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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