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누워서 이동해야 하는 장애인을 위한 설비 규정이 없는 것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사진=뉴스1
헌재는 25일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이하 교통약자법)의 특별교통수단 부분에 대해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입법 개선 시한은 내년 12월31일로 정했다.
청구인 A씨의 어머니는 뇌병변 장애를 가져 휠체어를 탈 수 없어 교통약자법상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으로 분류된다. 이에 A씨는 교통약자법 시행규칙 제6조3항에 대해 2019년 10월 헌법소원을 냈다. 휠체어를 이용할 수 없는 장애인에 대한 탑승설비 규정이 없어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해당 조항은 특별교통수단에 교통약자가 휠체어를 탄 채 승차할 수 있는 휠체어 리프트, 휠체어 기중기 등의 승강설비, 휠체어 고정설비 및 손잡이를 설치하도록 규정한다.
헌재는 "심판대상조항은 합리적 이유 없이 표준휠체어를 이용할 수 있는 장애인과 이용할 수 없는 장애인을 달리 취급해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밝혔다. 헌재는 해당 조항이 장애인복지법 등에 어긋난다고 봤다. 장애인복지법 등에 따르면 장애인은 국가·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모든 분야의 활동에 참여할 권리를 가지고 모든 시설·설비를 동등하게 이용하고 정보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헌재는 "침대형 휠체어만을 이용할 수 있는 장애인은 특수설비가 갖춰진 차량이 아니고서는 사실상 이동이 불가능하다"며 "그럼에도 표준휠체어를 이용할 수 없는 장애인에 대한 고려 없이 표준휠체어만을 기준으로 고정설비의 안전기준을 정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밝혔다.
이어 "누워서 이동할 수밖에 없는 장애인을 위한 휠체어 고정설비 안전기준 등을 별도로 규정한다고 해서 국가의 재정적 부담이 심해진다고 볼 수도 없다"며 "안전기준 제정 지연을 정당화하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헌재는 "심판대상조항은 평등권을 침해하지만 당장 그 효력을 상실시킬 경우 표준휠체어 기준의 휠체어 고정설비 안전기준에 대해서도 법적 공백상태가 발생한다"며 "2024년 12월31일을 시한으로 개선입법할 때까지 적용하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재테크 경제주간지’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