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로보틱스 수원공장 1층 내부 전경 /사진=두산로보틱스
두산로보틱스 수원공장에서 만난 직원들은 비슷한 말을 건넸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로봇 제조 공장이라면 수천명의 직원이 근무하며 압도적인 스케일을 과시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어서다.
이곳은 생산에 투입되는 인원이 25명에 불과하다. 대규모 공장에서 보던 컨베이어 벨트 방식의 생산라인도 없다. 대신 각각의 작업은 셀 단위로 필요에 따라 인력을 집중 배치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작업자들은 공정 내 어떤 업무를 맡더라도 소화할 수 있도록 기술 교육을 받는다. 여러 제품의 혼류생산을 기본으로 하는 데다 필요할 때 서로 돕는 독특한 생산방식이 문화처럼 자리잡았다.
이 공장에서는 연간 2200대의 로봇을 만들며 OEM방식으로 외부에서 1000대가 생산된다. 내년 말부터는 로봇이 로봇을 만드는 자동화셀을 추가 설치하며 수원공장에서만 4000대를 양산할 수 있는 체제가 갖춰진다. 자동화셀에서는 작업자와 협동로봇이 함께 로봇을 만든다.
자동화셀에 AMR(자율이동로봇)을 접목해 물류 자동화도 추진한다. 자재창고에서 부품을 전달하거나 모듈 조립 후 창고로 이송·적재, 모듈 결합 공정으로의 이동 등도 자동화할 계획이다.
두산로보틱스의 협동로봇은 6개 축으로 구성되며 각 축을 '모듈'이라고 부른다. 1개 모듈에는 약 70여번의 볼트 체결 작업이 필요한데 사람이 사전 작업을 해두면 협동로봇이 마무리하는 식이다. 현장에서는 협동로봇이 도구를 바꿔가며 직접 볼트를 체결하는 광경도 볼 수 있었다.
현재 협동로봇 모듈 1개를 만드는 데 약 60분이 걸리지만 자동화셀에서는 약 37분으로 줄어든다. 생산 효율성이 약 38% 증가하는 것. 두산로보틱스는 내년 중 총 9개의 자동화셀 설비를 추가한다.
두산로보틱스 수원공장 2층 자동화셀 /사진=두산로보틱스
기본 관절을 만드는 모듈 공정을 지나면 이를 연결하는 조인트모듈 공정에서 추가 조립을 한 다. 이후 테스트를 위한 시운전 공정에서는 각 모델별 제원에 맞춘 무게추를 장착, 정상 작동 여부를 확인한다. 마지막 캘리브레이션 공정은 반복 작업 시 생길 수 있는 오차를 확인, 미세 조정을 거친다.
공장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소음'이 없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대규모 제조 공장에서는 큰 소음과 함께 일정 구간에서는 철저한 안전 규칙이 적용된다. 반면 이곳에서는 무시무시한 대형 기기가 없고, 매우 정밀한 부품들을 다루는 만큼 '정전기'가 핵심 주의사항으로 꼽힌다. 물론 아무리 안전한 공장이라 해도 기본 안전수칙은 당연히 존재한다.
로봇의 제조과정을 살핀 뒤에는 실제 현장에 적용한 사례를 볼 수 있었는데 두산로보틱스의 새로운 솔루션들이다. 각 협력사 관계자들이 설명을 맡았다.
복강경 수술보조 솔루션 /사진=두산로보틱스
단체급식 솔루션은 지난 11월 국내 최초로 서울시 한 중학교 급식실에 도입됐다. 4대의 협동로봇이 국·탕, 볶음, 튀김 등 대규모 조리작업을 수행한다. 조리과정에서 발생하는 반복 동작, 유증기 등은 작업자의 근골격계 질환 및 화상을 유발하고, 호흡기에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해당 솔루션의 도입은 작업의 효율성과 작업자의 안전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복강경 수술보조 솔루션은 협동로봇에 내시경 카메라를 탑재하고 몸 안에서 움직이는 작업을 해야 하는 만큼 정교한 움직임이 필요하다. 이 솔루션은 3kg의 하중을 견딜 수 있으며, 조이스틱을 이용해 별도로 원격 통제가 가능하다. 특히 기존에 2~3명의 의사가 장시간 내시경 카메라를 들고 있어야 하는 힘든 작업을 로봇이 대신하게 된다.
팔레타이징 솔루션 /사진=두산로보틱스
레이저용접 솔루션 /사진=두산로보틱스
물론 특수 환경에서의 초고난도 작업은 기술이 뛰어난 용접사 수준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하지만 일반적인 용접 분야에서는 활용도가 높아 보인다.
빈피킹 솔루션 /사진=두산로보틱스
치킨솔루션 /사진=두산로보틱스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는 "고객은 단순히 로봇팔이 아니라 모션이 필요한데 핵심은 소프트웨어"라며 "사람이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이면 협동로봇 활용이 가능하고 필요한 모션을 어떻게 구현해내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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