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뉴스1>은 격주마다 '알고보니'를 연재합니다. 일상생활에서 한 번쯤 궁금할 법한, 그러나 논쟁이 될 수 있는 법률적인 사안을 풀어 쓰겠습니다. 독자분들이 '알고 나면 손해 보지 않는 꿀팁'이 되도록 열심히 취재하고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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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서상혁 유민주 박기현 기자 = 60대 A씨는 지난 7월 배달일감을 중개해 주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4만원을 받고 자신의 다마스 자동차를 이용해 물건을 배달했다.


그런데 A씨의 다마스는 영업용 차량이 아니었다. 돈을 받고 물건을 나르려면 노란색 영업용 번호판을 달아야 하지만 A씨의 다마스에는 일반 자가용 차량과 같은 흰색 번호판이 붙어 있었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A씨를 임의동행했다가 정식 피의자로 입건했다. A씨 역시 "허가를 받지 않았다"고 시인했다.

자가용 화물자동차를 이용해 돈을 받고 물건을 나르면 현행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상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하지만 경찰은 무혐의 처분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A씨의 차량이 화물자동차가 아닌 일반 승합차였기 때문이다.

사건의 전말을 파악하려면 먼저 자동차의 종류부터 알아야 한다.

자동차는 크게 화물자동차와 승합차(승용차)로 나뉜다. 화물자동차는 화물 운송에 적합한 구조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시트 대신 격벽과 안전봉이 있는 식이다. 승용차는 사람을 태울 수 있는 좌석을 갖춘, 말 그대로 통상의 자동차다.

법에 따르면 자동차로 돈을 받고 물건을 나르려면 화물자동차를 구입한 다음 관련 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영업용 차량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노란색 번호판을 달아야 한다. 번호판을 달지 않으면 자가용 화물자동차로 분류되기 때문에 돈을 받고 물건을 나를 수 없다. 영업용 번호판은 택시 번호판처럼 시장에서 구해야 하는데 대략 2000만원선에서 거래된다.

A씨는 다마스 승합차를 이용해 배달 일을 했지만 번호판은 영업용으로 바꿔달지 않았다.

그러나 현행 법으로는 A씨처럼 승합차를 이용해 돈을 받고 물건을 날라도 처벌할 수 없다.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56조에는 자가용 화물자동차로 배달할 경우 처벌할 수 있다고 돼 있을 뿐 승합차에 관한 규정이 없다.

관련 판례도 있다. 인천지법은 지난 2020년 A씨처럼 돈을 받고 자가용 승합차로 택배 15개를 나른 혐의로 기소된 B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가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과 같은 이유다.

자가용 승합차의 화물 운송 논란은 꾸준히 제기되는 문제다.

관련 업계가 가장 크게 문제를 삼는 것은 형평성이다. 영업용 차량 운전자들은 2000만원 정도를 들여 자격을 취득했다.

게다가 A씨가 이용한 애플리케이션은 특별한 요건이 없어 자동차만 가지고 있으면 사실상 누구나 일감을 가져올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영업용 운전자들에게서 '일감을 뺏기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영업용 화물자동차로 물건을 나르는 이들은 정부 규정에 따라 자격을 취득하고 번호판까지 구입했다"며 "자가용 승합차도 유상 운송이 가능하다면 굳이 큰돈을 들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화물자동차 운송사업허가제를 시행하며 사업자들을 관리하면서도 일반 차량의 유상 운송을 허용하는 것은 제도 취지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도 불필요한 업무가 늘어나고 있다. 다마스 차량은 화물자동차인지 일반 승합차인지 외관으로 구분하기 어렵다. 화물운수 사업자들이 자가용 운송자들을 보는 대로 신고하고 있어 경찰의 수사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사건을 담당한 장문석 성동경찰서 수사관은 "생업에 종사하는 영업용 화물자동차 사업자의 권리를 보호해줘야 하는 상황인데도 법적 근거가 미비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사건을 담당한 장문석 서울 성동경찰서 수사관.(성동경찰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