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지난 15일부터 내년 1월21일까지 총 38일간 광화문광장 일대를 오색찬란 빛으로 물들이는 '2023 서울라이트 광화문'을 개최한다. 사진은 서울라이트 광화문 전시의 한 장면. /사진=최재혁 기자
지난 26일 저녁 8시 어둠이 짙게 깔린 광화문 입면에 산수가 아름답게 덧입혀졌다. 우람한 다섯 산봉우리를 해와 달이 밝게 비추고 동양적 유토피아가 담긴 십장생의 모습이 광화문 벽면에 장대하게 펼쳐졌다. 광주에 거주하는 하정현씨(남·23)는 이날 우연히 접한 광화문의 아름다움에 연일 감탄사를 내뱉었다.
내년 1월 예정된 임용고시 2차 시험을 앞두고 면접 스터디를 위해 광화문에 방문한 하씨는 "시험공부로 받은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닌데 아름다운 광화문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광화문 근처 직장을 다니는 김모씨(여·20대)는 "매일 보는 광화문인데도 이렇게 알록달록한 모습을 보니 새롭다"고 감탄했다.
서울라이트 광화문은 ▲광화문 미디어파사드 쇼(프로젝션 맵핑) ▲조명 라이트쇼 ▲세종문화회관 외벽 미디어갤러리 ▲대한민국역사박물관 K-컬처 스크린 ▲빛조형 작품 등 총 20개국 53명의 아티스트가 참여하는 다양한 미디어아트 프로그램으로 채워진다.
위 영상은 세계적인 미디어 아티스트 5명이 참여한 미디어파사드 쇼의 일부로 한국의 이이남 작가도 참여했다. 작가마다 각기 다른 테마를 준비했는데 이 작가는 조선시대 한양 풍경을 그린 진경산수화와 일월오봉도, 십장생도 등을 재해석해 동양 미학 정신의 정수를 담았다.
또 이번 전시는 서울시가 주최한 '서울윈터페스타'(윈타)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윈타는 도심 곳곳에서 나눠 진행하던 연말연시 행사를 한데 묶은 초대형 축제로 지난 15일부터 시작됐으며 내년 1월21일까지 '세상에 없던 빛, 서울을 물들인다'를 주제로 서울을 대표하는 장소 7곳에서 개최된다.
이번 광화문광장 마켓에는 앞서 시행했던 시범사업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소상공인이 참여했다. 사진은 공예품을 구경하는 시민의 모습. /사진=최재혁 기자
광화문광장 마켓은 윈타 중에서도 유독 많은 시민이 찾는 인기 관광 명소다. 노란빛의 꼬마전구가 주렁주렁 매달리고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 있으니 "축제로구나"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한땀 한땀 뜨개질한 키링부터 '분조카'(분위기 좋은 카페)에 어울릴 법한 자기 그릇까지 화려하면서도 아기자기한 수공예품이 눈을 즐겁게 했다.
현장에서 만난 대학생 이승민씨(여·24)는 "예쁘게 잘 해놓은 것 같다"며 "생각보다 볼거리가 풍성해 놀랐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수공예품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청년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는데 이번 광화문광장 마켓이 이들에게도 좋은 기회가 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올해 주제는 '잠들지 않는 서울의 밤'이다. 다양한 색의 빛이 모여 순백이 되고 서울의 밤을 순백의 빛으로 밝힌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번 서울빛초롱축제는 광화문광장, 청계천, 서울광장 등 총 3개 구역으로 나눠 각 테마에 부합하는 빛 조형물을 설치했다.
청계천에선 1만6000개 이상의 쉼표 조형물이 하늘에 수놓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사진은 300미터 길이의 대형 빛 조형물인 '화이트 드래곤'의 모습. /사진=최재혁 기자
이날 여자친구와 청계천에 방문한 직장인 조완규씨(남·27)는 "서울빛초롱축제는 이번이 처음인데 빛 축제 중에선 굉장히 유명하다고 들었다"며 "실제로 와보니 그런 명성을 그냥 얻은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다양한 빛 조형물이 있는데 하나같이 너무 아름다웠다. 말 그대로 영롱하다"며 "커플이 데이트하기에도 딱 좋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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