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미·중 사이에서 곤혹을 겪고 있다. /사진=강지호 기자
━
▶글 쓰는 순서①'태세 전환' 美에 K-배터리 난감… LFP 사업화도 '하세월'
②"배터리 가격·성능 모두 잡아야"… 해법 떠오른 망간 활용
③전망 밝은 ESS… 고질병 '안전성' 확보는 어떻게
━
미국이 전기차 전환 속도 조절에 나서면서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사업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시장 확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혜택 등을 노리고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는데 미국의 태세 전환으로 불확실성이 커졌다. 중국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양산도 2년가량의 시간이 남았다. 중국 업체들은 가격이 저렴한 LFP 배터리를 통해 글로벌 점유율을 늘린다.━
美 전기차 주춤… AMPC 요구까지 '첩첩산중'━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주요 대선 후보로 떠오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도 전기차 전환에 회의적이다. 지난해 9월 "광적인 전기차 전환 정책이 시행되면 중국이 자동차 산업을 모두 가져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기차 전환 핵심으로 꼽히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백지화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정아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지난 1월 리포트를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과 미국 공화당은 기후변화 대응보다 석유·천연가스 사용 확대 등 자국 에너지 안보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에 직접적인 이익을 가져다주는 IRA 첨단세액공제(AMPC) 수익성도 불안정해지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이 AMPC를 공유하자고 요구한 영향이다. AMPC는 배터리 생산 시 킬로와트시(kWh)당 최대 45달러를 제공하는 게 핵심이다. 미국에 공장을 둔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지난해 AMPC로 연간 6000억원대의 영업이익 상승효과를 봤다. 완성차 업체들과의 AMPC 공유 비율에 따라 향후 국내 업체들의 수익이 좌우될 것으로 관측된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최근 AMPC 공유와 관련해 "고객들과 '윈-윈'(Win-Win)하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사업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내 업체들이 긴장한다.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는데 예상에 못 미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어서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에서만 총 324기가와트시(GWh)의 생산능력을 확보할 예정이고 삼성SDI와 SK온의 북미 생산능력은 각각 97GWh, 185.5GWh로 계획됐다. 전기차 시장 둔화 상황에서 IRA 등의 불확실성이 수요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게 업계 관계자 설명이다.
━
LFP 기술개발·라인신설 필요… 앞선 중국은 '훨훨'━
CATL의 LFP 배터리. /사진=로이터
전기차용 LFP 배터리 양산은 2026년 안팎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술개발과 전용 생산라인 신설에 시간이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삼원계 배터리는 니켈 함량을 높이는 게 핵심이었으나 LFP 제품은 철을 있는 그대로 빼내는 게 중요하다"며 "기술개발 방향이 다르고 LFP 배터리 생산 공정이 더 복잡한 점을 고려하면 양산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소재가 다른 삼원계 배터리와 LFP 배터리를 하나의 생산라인에서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며 "전용 공장을 지어야 한다는 점도 LFP 배터리 양산을 늦추는 요인"이라고 부연했다.
국내 업체들이 기술개발, 라인 신설에 시간을 소요하는 사이 중국은 LFP 배터리를 필두로 해외 점유율을 늘렸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CATL과 BYD의 비(非)중국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각각 27.5%, 2.1%를 기록했다. 전년보다 4.7%포인트, 1.5%포인트 늘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각각 2.1%포인트(29.9%→ 27.8%), 0.4%포인트(10.6%→ 10.2%), 2.7%포인트(13.4%→ 10.7%) 하락했다.
SNE리서치는 "CATL은 고성장세를 바탕으로 비중국 시장 선두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며 "국내 시장에서도 중국 업체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고 했다. "올해 완성차 업체들의 가격 인하 경쟁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 있는 배터리 기술개발과 안정적인 핵심광물 공급망 확보 전략이 주목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재테크 경제주간지’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