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곡(水谷) 전성규의 '나전칠 산수문 탁자'. /사진=서울공예박물관
전성규는 쇠퇴해가던 조선의 나전 칠공예의 전통을 잇고 이를 근대적으로 발전시킨 장인이자 교육자·계몽운동가다. 1925년 제자 김봉룡과 함께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만국 장식미술 및 공업박람회'에 작품을 출품해 은상과 동상을 받는 등 나전칠기의 아름다움을 전 세계에 알렸다.
이번에 기증받은 나전칠 산수문 탁자는 전성규 선생이 1937년 제16회 조선미술전람회에 출품해 입선한 작품이다. 현재까지 전해지는 그의 작품 10여점 가운데 제작연대가 정확하고 가장 규모가 큰 작품이다.
탁자의 상판에는 전성규 특유의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는 유려한 곡선으로 표현된 산수 무늬가 한폭의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나전으로 작가의 호와 이름, 수결(서명)이 표시돼 있다. 국내에 전성규의 작품이 매우 드문 상황에서 이번 기증은 근대공예 연구자들에게 중요한 학술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작품을 기증한 정은덕(77) 여사는 일제강점기 부산과 목포를 무대로 활동한 실업가이자 사회사업가 김명오의 외손녀다. 이 작품은 김명오씨가 자택 사랑방에서 오랜 기간 사용하던 것이다.
정 여사는 "한평생 기부의 삶을 사신 외조부의 뜻을 이어 공예사적으로 의미가 큰 애장품을 기증하기로 했다"며 "박물관에 기증해 많은 시민이 감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내게도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박물관은 기증품의 역사적·미학적 가치가 매우 뛰어나다고 보고 향후 국가등록문화재로 등록 신청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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