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봉구 방학동에 위치한 노인 공유주택 '해심당'에는 1~2인 노인가구가 모여 함께 살아가고 있다. 사진은 해심당 전경. /사진=임한별 기자
"원래 우울증을 앓았는데 이곳에 들어온 후로 삶에 활력이 생겼어요."
서울 도봉구 방학동에 위치한 노인 공유주택 '해심당' 입주민인 이현민씨(여·74세)는 입주 후 제일 좋은 점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공유주택이라는 단어만 보면 자연스레 젊은 세대가 떠오른다. 하지만 노인 공유주택에 직접 가보니 셰어하우스의 개념이 MZ세대와 더 잘 어울린다는 편견이 부서졌다. 특히 독거노인에게 큰 도움이 되는 노인 공유주택은 고령화 시대에 맞는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따로 또 같이 살아가는 이들이 모인 노인 공유주택 '해심당'
노후 건물이 많은 서울 도봉구 방학동에 위치한 '해심당'은 신축 건물이라 더욱 눈에 띈다. 사진은 해심당의 자랑거리인 옥상 정원(왼쪽)과 해심당 집 내부에 설치된 안전바의 모습. /사진=LH 제공(왼쪽), 임한별 기자(오른쪽)
도봉구청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함께한 서울 도봉구 방학동 해심당에는 총 21가구가 살고 있다. 입주민 모두 1~2인 노인가구이며 절반 이상이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이다.
해심당에 들어서면 눈에 띄는 것은 어딜 가든 안전바가 있다는 것이다. 방학동은 지역 특성상 구축 빌라가 많은 편인데 해심당은 엘리베이터가 있는 신축 건물이어서 거동이 불편한 입주민이 편하게 이동할 수 있다.

또 거주하는 공간에도 필요한 위치에 안전바가 있다. 미끄러지기 쉬운 화장실, 현관에도 안전바가 있고 비상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비상벨도 존재한다. 이처럼 노인 공유주택은 만약의 위험에 대비한 시설 위주로 설계됐다.

해심당을 관리하는 김익 유니버설하우징협동조합 시설관리본부장은 "노인 공유주택은 청년 공유주택과 달리 안전 측면에서 좀 더 유의해야 한다"며 "엘리베이터, 복도 등 어르신이 이동하는 공간에 더 신경을 쓴다"고 강조했다.


일반 주택과 달리 노인 공유주택은 노인의 기준에 맞게 설계돼 거주를 원하는 이들이 꾸준한 편이다. 노인 공유주택에 입주하려면 필요한 조건은 무엇일까.

노인 공유주택 입주 신청 기준은 크게 까다롭지 않다. 해심당의 경우 만 65세 이상 고령자이며 소득기준(2021년도 기준 1인가구 일반 209만원, 2인가구 273만원 이하)과 자산기준(총자산 가액 2억1500만원, 자동차 가액 3496만원 이하)을 충족하면 된다. 단, 주민등록상 주소지가 서울 도봉구, 강북구, 경기 의정부시여야 신청할 수 있다.

"노인 공유주택 장점? 함께할 수 있다는 것"
해심당에 2년째 거주 중인 이현민씨는 이웃들과 함께 사는 기쁨을 말했다. 사진은 지난 12일 해심당에서 인터뷰 중인 이씨의 모습. /사진=임한별 기자
해심당에 2년째 거주 중인 이현민씨는 해심당 입주 후 가장 좋은 점에 대해 "전에 살던 곳이 노후 건물이라 살기 힘들었다. 곰팡이도 있고 냄새도 나서 우울증에 걸릴 정도였다"며 "해심당은 쾌적해서 너무 좋다. 평소 다리가 불편했는데 이동하기도 편하고 옥상에서 이웃들과 식물도 기를 수 있어 너무 좋다"고 말했다.
이씨는 "물론 다양한 성격의 사람이 모이다 보니 문제가 생기기도 하고 서로 섭섭해지는 일도 있다"며 "그래도 함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나누며 살아가니 전에 비해 훨씬 삶에 활기가 돈다"고 밝혔다.

그는 노인 공유주택에서 진행하는 미술 심리치료나 노인 요가 프로그램 등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씨는 "같이 이야기도 나누고 함께해서 좋다"며 "전문가가 가르쳐줘서 더 재밌다. 앞으로도 이런 프로그램을 더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예산이다. 노인 공유주택의 경우 LH에서 건물을 짓고 임대를 담당한다. 지역 지자체에서는 거주자별 상황에 맞는 복지만 지원한다. 노인 공유주택의 경우 중간 시설관리업체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지자체에서 따로 예산 지원을 받기 힘들다.

노인 공유주택은 지자체와 LH, 중간관리업체가 함께하는 사업인 만큼 예산 문제가 애매하다. 특히 활동과 관련된 예산 책정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입주민 사이에서 소통하고 중재할 책임자는 누구인지 등의 문제가 명확하지 않다. 여러 기관이 함께 사업에 참여하다 보니 이런 문제에 대한 책임 소재를 확실히 하기 힘든 구조다. 따라서 이 같은 단점을 보완할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

늘어나는 노인 인구, 여전히 부족한 노인 공급주택
통계청에 따르면 노인인구는 매해 증가 추세다. 사진은 연도별 국내 만 65세 이상 노인 인구수 데이터. /이미지=김인영 기자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노인인구(만 65세 이상)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943만6000명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45만5000명 늘어난 수치다. 앞으로도 노인 인구는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그에 비해 노인 주택공급은 부족한 상태다.
노인 공공 공유주택의 경우 해심당 외에 부산 '도란도란 하우스', '안창 다함께주택' 등이 있다. 아직 사업 규모가 크지 않은 편이다. 노인 공공 공유주택을 포함한 노인 가구 주택공급 부족은 노인 주거 복지 문제로 연결돼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에 대해 노인 공용주택 사업을 담당하는 LH 관계자는 "초고령 사회 진입이 예상되기 때문에 앞으로 고령자 대상 임대주택 수요도 더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특히 노인 공공 공유주택 사업은 향후 정부 정책 방향에 맞춰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