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관광객 33명이 탄 유람선 허블레아니호가 스위스 국적의 대형 크루즈선인 바이킹 시긴호와 추돌한 뒤 7초만에 침몰했다.사진은 지난 2019년 5월30일(현지시각)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유람선 침몰사고가 일어난지 이틀째 다뉴브강 사고 현장 인근에서 수색작업에 참여하는 선박. /사진=뉴스1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한국인 33명, 헝가리 승무원 2명을 태운 유람선 '허블레아니'(HABLEANY) 호가 야경투어를 마치기 직전 40~50분 유람 코스 중에서도 최대 장관으로 꼽히는 국회의사당 인근 머르기트(Margit) 다리 부근에서 침몰했다.
이 사고로 한국인 25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됐으며 헝가리인 선장과 승무원 등 2명도 숨지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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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크루즈에 후미 받친 유람선, 밀려가다 7초 만에 뒤집혀━
인근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면 허블레아니호는 밀려가다 7초 만에 전복돼 물속으로 빨려들어갔다. 사진은 지난 2019년 6월7일(현지시각)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 인근 유람선 '허블레아니호' 침몰 현장에서 헝가리 관계자들이 인양 준비 작업에 나선 모습. /사진=뉴스1
허블레아니호에 탑승한 한국인들은 여행사 참좋은여행이 기획한 '동유럽+발칸반도 6개국' 패키지 여행으로 5월25일 출국해 6월2일 귀국할 예정인 여행객들이었다. 크로아티아, 체코, 슬로바키아, 헝가리를 방문할 예정이었고 헝가리는 마무리 일정이었다. 당시 헝가리에는 많은 비가 내려 다뉴브강의 수위가 평소보다 높았던 탓에 허블레아니 호는 사고 후 불과 7초 만에 침몰했다.
사고가 발생한지 15분쯤 후 첫 번째 구조선이 현장에 도착했다. 승객 구조를 위한 총력전이 펼쳐졌고 부다페스트가 속한 페스트주뿐만 아니라 인근 페예르주의 구조 인력도 출동했다. 부다페스트시 재난관리국은 소방관 96명, 소방차, 특수장비 등을 동원해 구조에 나섰다. 보트, 잠수부, 탐조등, 레이더 스캐닝 장비 등이 총동원된 대규모 구조작전이었다. 다뉴브강 일대에서 구조선 외 선박 통행이 중단됐다.
잠수부들은 경찰이 다뉴브강에 밝힌 조명의 도움을 받아 밤새 구조 작업을 진행했다. 강변에 정박해 있던 민간 선박들이 조명을 비춰 구조작업을 도왔다. 현장에는 구급차 17대가 투입됐다. 헝가리 당국은 강 위의 다리에 조명과 반사경을 설치했지만 오후부터 계속된 비와 빠른 유속 때문에 수색에 난항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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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몰 유람선 허블레아니, 13일 만에 수면 위로 드러나━
한국인 관광객 26명이 희생된 2019년 헝가리 유람선 침몰 참사의 가해 선박 선장이 1심에서 징역 5년 6개월형을 선고받았다. 사진은 지난 2019년 6월11일(현지시각)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 인근에서 인양된 유람선 '허블레아니호'가 바지선에 실려 정밀 수색 및 감식을 위해 체펠섬으로 이동하는 모습. /사진=뉴스1
육상·수상·항공 수색을 통해 사고 발생 지점으로부터 100㎞ 이상 떨어진 곳에서 시신을 수습하는 등 구조대가 온갖 노력을 쏟았지만 60대 여성의 시신 발견을 마지막으로 실종자 1명은 아직 가족에게 돌아오지 못했다.
가해 선박 선장인 유리 카플리스키 선장은 바이킹시긴호가 허블레아니호를 추월하려는 상황에서 무전교신을 통해 의사 연락을 제대로 하지 않았고 추돌 후 허블레아니호가 침몰하는 상황이었는데도 제때 구조에 나서지 않아 인명피해를 키웠다는 혐의를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카플린스키 선장이 헝가리 당국에 보석금 1500만포린트(약 6200만원)를 내고 석방되자 헝가리 국내외 매체가 사법부를 강하게 질타하기도 했다. 헝가리 대법원은 고등법원이 검찰 측 항고 이유를 고려하지 않고 보석을 그대로 허용한 것은 절차적 위법이라고 판단해 파기 환송했다.
이에 헝가리 경찰은 수상교통 방해, 사고 후 미조치(뺑소니) 등의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2019년 10월 카플린스키 선장을 재판에 넘겼다. 그는 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다 2020년부터 가택연금으로 전환됐다.
그로부터 4년 뒤인 2023년 9월 부다페스트 지방법원 레오나 네베트 판사는 수상교통법을 어겨 대규모 사상자를 낸 혐의로 카플린스키 선장에 대해 징역 5년6개월을 선고했다.
카플린스키 선장은 최후진술에서 이 사건 희생자들에게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는 "수많은 무고한 희생자를 낳은 끔찍한 비극의 기억에서 단 한 순간도 벗어날 수 없고 잠도 잘 수 없었다"며 "이건 제가 평생 안고 살아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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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다페스트지방법원 "유가족에 67억원 배상 판결"━
'헝가리 유람선 참사' 사고의 유가족들이 유람선 운영사 2곳으로부터 약 67억원의 배상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사진은 지난 2019년 6월6일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 인근 유람선 '허블레아니' 침몰현장 주변에서 인양을 위한 사전 준비작업에 나선 헝가리 수색팀. /사진=뉴스1
헝가리 현지매체 '데일리뉴스헝가리'는 선사에 부과된 위자료 규모가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지금까지 헝가리 법원이 인정한 대형 사고 피해자에 대한 위자료 중 최대 규모이기 때문이다. 현지에서는 예상보다 위자료 규모가 컸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국과 달리 헝가리에서는 피해자의 신체적·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유족이 상속해 청구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선사는 사망보상금을 이미 수령한 유가족이 위로금을 청구하는 게 '이중 보상'이라고 주장했지만 부다페스트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선사의 과실이 심각하다는 점과 가해자에 대한 징벌적 의미를 담아 이번 판결을 내렸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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