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사진)의 재선이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에 미치는 영향이 주목된다. /사진=로이터
오는 11월 예정된 미국 대통령 선거의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정권 교체 여부와 관계없이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의 정책 수혜는 여전할 것으로 관측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해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추진했던 탈중국 정책 기조가 이어질 전망이어서다. 제약·바이오 산업 특성상 단기간에 많은 변화가 이뤄지긴 힘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24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1일(현지시각) 미국 대선 후보직 사퇴 의사를 밝히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지지를 선언했다. 고령 리스크 심화 등의 이유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등 민주당 주요 인사들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등을 돌린 영향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피격 사건에서 기적적으로 생존하며 여론전이 불리해진 것도 주효했단 평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 사퇴 직후 시행된 여론조사에서 해리스 부통령과 접전을 벌였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모닝컨설트가 지난 21~22일 등록 유권자 4001명을 조사한 결과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율은 각각 47%, 45%로 나타났다. 오차범위(±2%포인트)를 고려하면 우세를 점치기 어렵다. 로이터통신과 여론조사업체 입소스가 공동으로 등록 유권자 10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42%)과 해리스 부통령(44%)의 지지율이 오차범위(±3%포인트) 안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속단하긴 이르지만 정권 교체가 이뤄져도 바이든 대통령이 추진했던 제약·바이오 정책은 이어질 것이란 게 업계 시각이다. 미국 생물보안법이 대표 사례다. 바이든 정권에서 발의된 해당 법은 2032년부터 우시바이오로직스 등 중국 바이오 기업과 거래하면 안 된다는 내용이 골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기차·배터리 등 핵심 산업군에서 중국을 배제하고자 하는 점을 고려하면 생물보안법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공약 '아젠다 47'… 中 견제 '여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약 '아젠다 47'을 통해 중국으로부터 필수품 수입을 금지하기 위한 4개년 계획을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필수품에는 전자제품·철강과 함께 의약품이 포함됐다. 제약·바이오 산업을 한정해서 봤을 때 사실상 생물보안법과 결이 비슷하다. 생물보안법이 불발되더라도 중국 업체들에 대한 제제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아젠다 47에서 미국 내 필수의약품 생산을 강조했지만 국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의견도 있다. 아젠다 47에서 언급된 필수의약품은 특허가 만료됐거나 개발된 지 오래된 의약품들이 주로 포함돼 있다. 수익성이 낮아 제약사들이 적극적으로 생산하지 않은 탓에 공급 부족이 발생해 문제가 된 것. 바이오 의약품과 항체의약품을 주로 위탁생산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국내 업체들과는 무관하다는 설명이다.

제약·바이오 산업 변화 속도가 느릴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의약품 생산처를 전환하기 위해서는 기술이전, 밸리데이션(검증 및 문서화) 등의 공정 절차와 함께 규제기관 실사·승인 등의 절차가 필요해서다. 특허 등의 이유로 특정 의약품을 다른 품목으로 대체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생물보안법 시행 시기가 2032년으로 설정된 것도 이 이유에서다.

박재경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리포트를 통해 "갑작스러운 생물보안법 적용은 미국 환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며 "(의약품) 생산 병목은 환자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는 산업계 의견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