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 울산공장 민주공장에서 현대중공업 노조 중앙쟁의대책위원회 출범식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금속노조 HD현대중공업지부 제공
조선업계가 여름 휴가에 돌입한 가운데 업무 복귀 후 본격적인 하투(夏鬪·여름 투쟁)가 시작될 전망이다. 조선업 호황으로 노조의 힘이 세지고 있어 올해 하투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5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과 한화오션은 지난달 29일부터 오는 8일까지, 삼성중공업은 이달 5일부터 9일까지 여름 휴가를 갖는다. 폭염에서 일할 수밖에 없는 직원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여름 휴가가 끝난 뒤 조선업계가 대대적인 하투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올해는 조선노조가 동반 파업을 예고하고 있어 파급효과가 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주요 조선사 노조 단체인 조선업종노조연대(조선노연)는 오는 28일 동반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조선노연은 현대중공업·HD현대미포·HD현대삼호·삼성중공업·한화오션·케이조선·HSG성동조선 등이 국내 중대형 조선사들이 소속돼 있다.

조선노연 소속 조합원들은 투표를 통해 쟁의행위에 나서기로 했다. 지난달 27일 기준 쟁의행위 찬반 투표 결과 조선노연 전체 총원 1만9111명 중 1만4936명이(78.15%) 참여해 찬성 1만3864명(92.8%)으로 쟁의행위를 가결했다.

노조는 조선업에 호황이 돌아왔으나 노동자들의 처우는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사측이 노조의 요구안에 대한 제시안을 제출하지 않으며 교섭을 해태하고 있고, 회사가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노사의 입장 차이가 큰 만큼 올해 교섭도 난항이 예상된다. HD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달 25일까지 16차례의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을 가졌고 오는 13일 임단협 교섭을 재개할 예정이다. 노조는 사측에 ▲기본급 15만9800원 인상 ▲근속 수당 1년에 1만원 ▲정년 연장 65세(임금피크제 폐지) ▲신규 채용 ▲성과금 산출기준 변경 ▲법령 개정 등을 포함한 총 61가지 요구안을 전달했다.

금속노조 대우조선해양지회(한화오션 노조)는 조합원 임시총회를 열고 86% 찬성으로 쟁의권을 확보해 지난달 거제사업장에서 7시간 파업을 단행했다. 노사는 양도제한조건부 주식(RSU) 지급을 놓고 갈등하고 있다. 노조는 한화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 당시 직원들에게 RSU 지급을 약속했다며, 기준 임금 300%에 해당하는 RSU를 지급하라고 요구 중이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는 지난달 22일 조합원 투표를 통해 파업을 가결했다. HD현대미포와 HD현대삼호도 각각 지난달 24일과 26일 조합원 투표로 파업을 가결했다.

금속노조 조선노연은 "압도적인 쟁의행위 찬반투표 결과는 조선소 노동자들이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원만한 2024년 임단협 교섭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나 자본이 끝까지 노동자들의 이러한 성의를 무시한다면 28일 조선노연 1차 총파업을 시작으로 시기에 연연하지 않고 그 어느 때보다 강고한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