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기차 화재사고가 잇따르자 선사 측은 애물단지로 전락한 전기차 선착에 신경을 쓰고있다. 사진은 지난 12일 제주항에서 선적을 하는 모습. /사진=뉴스1
최근 전기차 화재 사고가 잇따르면서 전기차를 배에 싣기 위해 배터리 충전량을 떨어뜨리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일부 선사 측은 아예 전기차를 싣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전기차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13일 뉴시스에 따르면 지난 12일 제주시 건입동 제주항에서 카페리 여객선의 선적 작업을 진행 중인 선사 관계자들은 일일이 전기차 배터리 충전 상태를 확인했다. 배터리 충전 상태가 50%를 넘으면 배에 태우지 않았다.

이날 배터리를 소모하기 위해 선착장 주변을 빙빙 돌거나 에어컨을 풀가동하는 등 배터리를 떨어뜨리기 위해 노력하는 차량이 다수 보였다.


선착이 되면 그마저 다행인 상황이다. 부산 일부 여객 선사는 아예 전기차 선착을 거절했다.

지난 8일 해양수산부는 전기차 배터리 해상운송 안전대책을 발표하고 전기차를 배에 실을 때 배터리 충전 상태를 50% 미만으로 제한했다. 또 여객 운항 중 배터리 충전을 금지했다. 충돌 흔적이 있거나 사고 이력이 확인된 차량은 실을 수 없다.

연구 결과 전기차 충전율이 100%일 경우 불이 난 후 열폭주 전이까지 약 7분 50초의 시간이 소요됐다. 같은 상황에서 배터리가 50%일 경우 약 32분이 소요되기 때문에 초기 대응 시간을 4배 이상 벌 수 있다.


여객선 화물칸은 떠다니는 지하주차장과 다름없다. 차가 밀집돼 있음에도 스프링클러나 소방호스 등 소화 장비는 없기 때문이다. 해상에는 소방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점을 따져보면 육지보다 더 심각한 셈이다.

소화 전용 장비 설치가 의무사항이 아닌 데다 큰 비용이 들기 때문에 자력으로 설치하려는 선사는 거의 없다.

해수부는 올하반기부터 연안여객선 10척에 전기차 화재 진압 전용 장비를 우선 보급한다는 방침이지만 아직 정확한 보급 대상 선정과 예산 편성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제주 선박업계 관계자는 "바다 위에서 불이 났을 경우 책임소재를 가르는 문제가 육지 사고와 다를 것이고 보험사 측에서는 논의된 적도 없을 것"이라며 "책임소재에 따라 선사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긴장감이 어느 때보다 팽배하다"고 말했다.

부산 선사 관계자는 "리튬 이온 전지에서 불이 나면 진화가 어렵고 재발화 위험도 지적된다"며 "해수부의 대책이 있어도 안전기준이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이전부터 외국 선박에서 전기차 배터리 관련 화재 사고가 여러 번 있었기에 지난해부터 선적을 거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