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서울시립갱생원 등 '성인 부랑인 수용시설' 4곳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 끝에 해당 시설에서 강제수용과 인권침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사진은 9일 서울 중구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열린 서울시립갱생원 등 성인부랑인시설 인권침해 사건 진실규명 결정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성인부랑인수용시설 인권침해 피해자가 증언 내용을 살펴보는 모습. /사진=뉴시스
제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서울시립갱생원 등 '성인 부랑인 수용시설' 4곳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 끝에 해당 시설에서 강제수용과 인권침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9일 뉴시스에 따르면 진실화해위는 지난 6일 제86차 위원회를 열고 서울시립갱생원 등 성인부랑인수용시설 인권침해 사건을 중대한 사안으로 판단하고 진실규명 (피해자 인정) 결정했다고 밝혔다.

성인부랑인수용시설 피해자 이영철씨(가명·66)는 "15세 때인 1973년 가을쯤 대구역 대합실에 앉아있는데 대구시청에서 나온 2명이 따라오라해 갔더니 탑차에 실어 대구시립희망원에 입소시켰다"며 "계산해보니 시설에 갇혀 산 것만 총 23년"이라고 밝혔다. 이씨는 "창이 높아서 밖이 보이지 않았고 장판도 없는 시멘트 바닥에서 자야 했다. 식사는 꽁보리밥에 된장이 전부였고 원복을 깨끗이 세탁하지 않거나 지시를 어긴다는 이유로 맞은 일도 많았다"며 당시 열악했던 상황을 증언했다.


형제복지원과 동일한 정부 시책에 의해 운영된 서울시립갱생원, 대구시립희망원, 충남 천성원(대전 성지원 연기군 양지원), 경기 성혜원 4개소는 형제복지원이 검찰 조사를 받던 1987년 당시 어떠한 공적 조사도 받지 않고 업무를 지속했다. 해당 시설들에 대한 진실규명은 37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이루어졌다.

해당 시설들에서는 경찰·공무원 등에 의한 강제수용, 본인 의사에 반하는 회전문 입소, 폭행·가혹행위, 독방 감금, 강제노역 등 인권침해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진실화해위는 이번 조사 과정에서 국가의 부랑인 단속 정책 및 시설 운영 지원 전반에 대한 책임 규명 자료를 최초로 입수했다. 2022년 진실 규명했던 형제복지원 조사 과정에서는 확인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조사 결과, 정부는 사회정화라는 명목을 내세워 수시로 경찰·공무원 합동 단속반에 의한 불법적 단속 및 강제수용을 지속했고 민간 법인에 해당 시설들의 운영을 위탁하면서 인권침해 발생을 방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 성혜원은 1982년 이사회 회의록을 통해 1978년 이후 법인의 목적사업을 '부랑인선도시설'로 변경하고 수용 규모를 늘린 배경이 "88년 서울 올림픽을 대비한 정부의 특별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한 '구걸행위자보호대책'에 따라 서울시립갱생원 등 전국 부랑인수용시설 10개소에 대한 시설 신·증축 예산이 지원되면서 정부는 '부산 형제복지원'을 모델로 수용자 노동력 무급 활용 등 투자비 절감 방안 강구를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설 간 '회전문 입소'에 따른 장기수용 등 인권침해 실상도 처음 드러났다. 전국 부랑인수용시설 간에 수시로 이뤄진 수용자 전원 조치의 서류·명목상 사유는 '연고지 이송'이었으나 실제로는 연고지와 무관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진실규명 신청인 13명 중 6명 역시 형제복지원에서 타 시설로 강제 전원, 3명은 형제복지원 퇴소 후 재단속돼 타 시설에 강제수용된 경우로 확인됐다. 이는 타 시설 인원 충원을 위한 단순 '수용자 돌려막기' 목적으로 나타났다.

이씨 또한 회전문 입소의 피해자로 1973년 대구시립희망원, 1974년 서울시립아동상담소, 1980년 서울시립갱생원, 1982년 충남 성지원과 양지원 등 총 5개 시설에 돌아가며 강제 입소됐다. 이씨는 시설에서 나온 후로도 노숙을 전전해야 했다.

이외에도 도시 재건사업 투입 목적의 '새서울건설단' 동원, 규칙 위반자에 대한 '신규동' 독방 감금, 시설 간부 등의 구타로 인한 폭행치사, 사망자 시체의 해부 실습용 교부, 자의적 정신질환 판단에 따른 정신병동 격리 조치 등의 인권침해 정황이 드러났다.

임신 상태로 입소한 여성이 시설에서 출산한 경우 친권 포기를 강요하고 해외 입양을 목적으로 입양 알선기관에 전원 조치한 정황도 확인됐다. 조사 담당관은 "대구시립희망원에서 14명의 아동이 1985~1986년에 전원 된 것으로 확인됐고, 양지원에서는 6명의 아동이 1980년대에 걸쳐서 입양 조치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진실화해위는 국가에 ▲공식 사과와 실질적 피해 회복 조치 ▲시설수용 인권침해 재발방지책 마련 ▲지속적 피해자 지원 대책 마련을 권고했다. 특히 집단수용시설 피해를 아우르는 특별법 제정 등 종합적 피해회복 대책 마련도 권고했다.

이외에도 국가가 진실화해위 조사 활동 종료 이후에도 추가로 확인되는 피해자에 대한 조사 활동을 제도화하고 피해자들의 개별 구제신청 없이도 적절한 보상 및 재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