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시중은행에 주택담보대출 관련 현수막이 걸려있다./사진=뉴시스
국제결제은행(BIS)이 가계부채가 한국의 경제성장을 억누르고 있다고 경고했다. 과거엔 부채가 성장을 촉진했지만 이젠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크다는 진단이다.
11일 BIS는 최근 발표한 정례 보고서에 이같은 진단을 내놨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대 초 이후 저금리 기조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대부분 신흥국에서 민간신용이 큰 폭으로 확대됐다.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신흥국에서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이 2000년 이래 1.3배 이상 올랐고, 중국에서는 이 비율이 2배 가까이 상승했다.


문제는 민간신용 증가만으로 성장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부채와 성장은 초반엔 정비례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어느 순간 반비례로 돌아서는 '역 U자형' 곡선을 그리는 등 일정 수준 이상에선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한다.

BIS는 "대부분의 신흥국은 아직 민간신용 증가가 성장을 촉진하는 영역에 있지만 아시아 국가들은 성장을 저해하기 시작하는 변곡점에 다다랐다"며 "한국과 중국의 경우 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이 100% 선을 웃돌면서 경제성장률도 정점을 찍어 역 U자형 곡선과 일치했다"고 짚었다.

한국의 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은 지난해 말 222.7%(BIS 기준)에 달했다. 이 중 가계부채는 100.5%, 기업부채는 122.3%다.


가계대출은 매달 최고치를 찍고있다. 이날 금융당국이 발표한 '2024년 8월중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전월대비 9조8000억원 증가했다.

대출항목별로 보면 지난달 전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은 8조5000억원 증가해 전월(5조4000억원) 대비 증가폭이 늘었다. 기타대출은 은행권(1조1000억원)과 제2금융권(2000억원)이 모두 증가세로 전환하면서 총 1조3000억원 증가했다.

BIS는 "정책 대응을 통해 민간신용의 성장에 대한 역 U자형 관계는 개선할 수 있다"며 "불균등한 신용 증가의 완화, 주식시장의 역할 확대, 핀테크를 통한 금융중개 기능의 발전 등으로 생산성이 높은 부문으로 신용이 유입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