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 그랑 콜레오스 e-tech hybrid 에스프리 알핀을 시승했다. /사진=박찬규 기자
르노코리아의 새로운 중형SUV '그랑 콜레오스'가 주목받고 있다. 출시 첫 달인 지난 9월 국내에서 3900대가 팔리며 르노코리아의 시장 점유율 4.2% 달성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회사는 22개월 만에 4%대 점유율을 회복했다.
그랑 콜레오스의 이 같은 기세는 인기 경쟁 모델과 견줘도 뒤처지지 않는 수준이다. 지난 9월 현대차 싼타페 5715대, 기아 쏘렌토 6628대가 팔리는 동안에도 르노코리아의 전체 판매를 이끌었다.

크기만 놓고 보면 길이(전장)는 4780mm로 현대차 싼타페(4830mm)나 기아 쏘렌토(4815mm)보다 약간 짧고 폭이 1880mm로 싼타페 쏘렌토의 1900mm보다 살짝 좁다. 하지만 실내 공간을 가늠할 수 있는 휠베이스(축거)는 2820mm로 오히려 5mm 길다. 길이가 짧고 실내가 넓어 차를 다루기가 쉬워 '도심형 패밀리카'라는 콘셉트에 잘 어울린다.
잘 다듬어진 내·외관, 프랑스 감성 물씬
에스프리 알핀 트림 실내는 블루 컬러로 포인트를 줬다. 시트는 꽤 편하다./사진=박찬규 기자
이번에 시승한 건 르노 그룹의 정통 스포츠카 브랜드 알핀(Alpine)에서 영감을 받은 최상위 트림 '에스프리 알핀'(esprit Alpine)이다. 내외관 모두에 스포티한 감성을 드러낸 게 특징.
곳곳엔 전용 디자인이 적용됐다. 차체 앞부분 가운데에는 알핀 전용 라디에이터 그릴이 스포티함을 강조하고, 에스프리 알핀 전용 로고가 적용된 사이드 엠블럼이 부착됐다. 알핀 특유의 블루 컬러를 활용해 정교하게 마감한 외관 디테일과 메탈릭 블랙 루프도 적용됐다.


인테리어도 지루할 틈이 없다. 문을 열고 차 안을 들여다보면 블랙 알칸타라와 스웨이드 내장재 등 고급감을 강조한 소재가 돋보인다. 스티어링 휠과 팔걸이에는 프랑스 국기 색상 스티칭을 적용하고 실내 장식과 안전벨트에도 블루 컬러 포인트를 더해 멋을 냈다.

1열 실내 무드등도 멋스럽다. /사진=박찬규 기자
무엇보다 운전석부터 조수석까지 이어지는 '오픈R(openR) 파노라마 스크린'은 그랑 콜레오스의 강점이다. 3개 디스플레이가 하나로 이어진 형태다. 특히 센터 디스플레이와 조수석 디스플레이는 독립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면서도 실행 중인 앱의 화면을 옆으로 옮길 수도 있다.
시네마(cinema)를 통해 영국의 스트리밍 플랫폼 서비스 기업 스크린히츠(Screenhits) TV가 제공하는 다양한 OTT 서비스를 이용 가능하다. FLO(플로)를 통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도 된다.

여기에 '웨일 브라우저'를 탑재했는데 이를 통해 유튜브, 페이스북, 스레드 등 SNS 이용은 물론 정보 및 뉴스 검색도 가능하다.


특히 동승석 탑승자는 전용 디스플레이를 통해 이 기능들을 사용할 수 있는데 소리는 자동차의 스피커와 연동된다. 블루투스 헤드셋을 연결하면 차 스피커와 별도로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어 운전자는 운전에만 집중할 수 있다. 동승석 디스플레이는 화면이 켜져 있더라도 운전석에서는 보이지 않도록 신경 썼다.
전기 모터로 최적화한 주행성능
잘 다듬어진 외관 디자인은 지루하지 않다. /사진=박찬규 기자
시승한 그랑 콜레오스 E-테크 하이브리드는 도심 구간에서 전체 주행 거리의 최대 75%까지 전기 모드로 운행할 수 있다. 뛰어난 효율로 1회 주유 시 서울-부산 왕복(1000km)이 가능하다는 게 회사의 설명. 효율을 고려하지 않고 타더라도 800km 이상은 가능한 것으로 표시됐다. 19인치 타이어 기준 복합 연비는 리터당 15.7km다.
가속할 때는 스트레스가 거의 없다. 최고 245마력(ps)의 시스템 출력을 낸다. 그랑 콜레오스 E-Tech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직병렬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작동한다. 출력 100kW의 구동 전기 모터와 발전 기능을 겸하는 고전압 스타트 모터(출력 60kW)로 이뤄진 듀얼 모터 시스템을 4기통 1.5L 가솔린 직분사 터보 엔진과 결합하는 방식이다.

동급 하이브리드 모델 중 최고 용량(1.64kWh)의 배터리를 탑재, 전기 모터만으로 주행할 수 있는 거리를 늘렸다. 배터리에서 발생한 열은 냉각수를 통해 흡수하는 수냉식 시스템을 적용했다. 이 방식은 국내 유일하다.
도어의 고무 몰딩도 꼼꼼하게 여러 겹으로 이뤄졌다. /사진=박찬규 기자
변속기도 다르다. '멀티모드 오토 변속기'가 적용됐는데 듀얼 모터 시스템에 3단 기어와 컨트롤러가 내재된 인버터를 모두 결합한 일체형 구조가 특징이다. 일체형 구조로 동급 경쟁 모델 대비 100kg 가까운 무게를 덜어냈다.
3단 변속기를 탑재했음에도 주행 시 이질감은 전혀 없다. 잦은 변속으로 인한 변속 충격 등 울컥거림도 없다.

운전할 때나 탑승객들의 스트레스도 적다. 시원스레 가속되는 건 물론 핸들링도 안정적이다.
넉넉한 트렁크 공간. 평탄화 작업이 필요 없어서 긴 짐을 실을 때도 유용하다. /사진=박찬규 기자
다만 에스프리 알핀 트림의 경우 245/45R20 규격의 타이어(금호타이어 크루젠)가 끼워졌는데 접지력이나 노면 소음, 핸들링 등은 훌륭하지만 타이어 편평비(타이어를 옆에서 봤을 때 휠부터 트레드까지의 두께)가 낮아 노면에 따라 충격 흡수가 적어 불편할 수 있다. 노면 충격에 민감하다면 하위 트림을 권한다.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도 제 역할을 충실히 한다. 자율주행 레벨2~2.5 수준으로 모든 속도에서 전방위 보조가 가능하다. 정해둔 속도와 교통 상황에 맞춰 차로를 유지하며 달리는 건 물론 코너가 이어질 때는 스스로 감소하며 안전을 챙긴다.
오로라 프로젝트의 첫 결과물 '그랑 콜레오스'
르노 그랑 콜레오스 e-tech hybrid 에스프리 알핀을 시승했다. /사진=박찬규 기자
그랑 콜레오스는 르노코리아가 그토록 기다리던 '선물'과도 같은 존재다. 단순한 신차를 넘어 글로벌 협업의 결정체이자 새로운 도전의 희망을 가져온 차다.
르노그룹과 지리그룹 간 협력으로 르노코리아가 부산공장에서 직접 생산하는 '오로라 프로젝트'의 첫 결과물이다. 첫 글로벌 하이브리드 신차를 위해 볼보자동차도 공유하는 CMA플랫폼을 바탕으로 설계됐다.

스테판 드블레즈 르노코리아 사장은 경쟁사의 SUV와 비교하기보다 그랑 콜레오스만의 매력을 느껴보라고 했다. 엔지니어로서 그만큼 자신감을 보인 것이다. 시승하는 내내 그의 말이 맴돌았다.

중형SUV의 새로운 선택지가 생겼다. 그랑 콜레오스 가격은 2.0 가솔린 기본형이 3495만원부터고, 시승한 e-테크 하이브리드 에스프리 알핀 트림은 4345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