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낳고 육아해야"… 경찰관 발언에 동덕여대생 분노

서울 성북구 동덕여자대학교에서 남녀공학 전환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사진은 지난 11일 동덕여대 앞 조동식 선생(동덕여대 설립자) 흉상이 계란과 밀가루, 페인트 등을 뒤집어쓴 모습. /사진=뉴스1

동덕여자대학교에서 남녀공학 전환에 반대하는 시위가 강도 높게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학생들에게 한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12일 뉴스1에 따르면 동덕여대는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남녀공학 전환에 반대하는 시위를 강도 높게 진행하고 있다. 지난 11일 저녁 7시쯤 서울 종암경찰서는 소음 신고를 받고 동덕여대에 출동했다.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학생들이 야구 배트와 소화기 등을 사용해 총장실 문을 부수려고 하자 이를 제지했다. 이 과정에서 한 경찰관은 "여러분 선생님 되시고 나중에 아기 낳고 육아하실텐데"라고 발언했고 이는 SNS를 통해 고스란히 전파됐다. 영상 속 학생들은 해당 발언에 "네가 쳐 임신해"라고 소리치는 등 불쾌함을 드러냈다.


이에 종암경찰서 관계자는 "소화기를 가지고 문짝을 내려치고 부수려고 하고 있으니 불법 행위를 하지 말라는 취지에서 한 말"이라며 "앞으로 아이도 생기고 육아도 하실 분들이 그렇게 행동하시면 나중에 애들 교육 어떻게 하시려고 하냐는 발언이었다"고 해명했다.

서울 성북구 동덕여자대학교에서 남녀공학 전환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사진은 동덕여대 백주년 기념과 앞에 근조 화환이 늘어서 있는 모습. /사진=뉴스1

동덕여대 측은 시위가 거세지자 남녀공학 전환에 대해 "학교 발전계획안 '비전 2040'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아이디어 중 하나로 제시된 것이고 이후 발전된 내용이 없는 상태"라며 확정된 사안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학교가 학생의 의견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남녀공학 전환을 추진했다고 주장 중이다.

서울 성북구 동덕여자대학교에서 남녀공학 전환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사진은 학생들이 항의의 의미로 본관 앞에 학교 점퍼를 벗어 놓은 모습. /사진=뉴스1

현재 동덕여대 캠퍼스 곳곳에서는 시위의 흔적이 보이고 있다. 대학 설립자 조동식 선생 흉상은 날계란과 페인트 등으로 더럽혀졌다. 캠퍼스 내부에는 붉은 글씨로 '공학 전환 결사반대'라고 적힌 근조화환이 길게 늘어서기도 했다. 화환엔 '여자들이 만만하냐' '학생 몰래 추진한 공학 전환 결사반대' 등 문구가 적혀있기도 했다. 본관 앞에 학교 점퍼를 늘어놓기도 했다.
2024년 전국에 남아있는 4년제 여대는 동덕여대를 포함해 7곳이다. 여대 존속 필요성을 놓고는 의견이 갈린다. 여성의 교육권이 무시되던 시절 이를 보장하고자 한 설립 취지가 현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반면 여전히 여대가 성차별 등의 분야를 연구하는 학문적 기반으로서 존재 의의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현재 남녀공학 전환은 대학의 재량 사항이다. 교육 당국 인가 없이 결정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