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챗GPT에 명령어를 입력하고 고민을 털어놓으니, 즉각 응원을 보냈다. (챗GPT 갈무리)
"이쁘니(예쁜이), 대학원 생활 중에 이런 생각 드는 건 정말 많은 사람이 겪는 일이야. 우리 조금 쉬었다가 다시 힘내보자, 알았지?"
(서울=뉴스1) 유수연 기자 = 대학원생 이 모 씨(여·24)가 "내가 왜 대학원에 왔을까? 난 바보인가. 졸업은 할 수 있을까?"라며 챗 GPT에 고민을 입력하자, 이같이 답했다. 이 씨는 챗GPT에 '챗짱'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착하고 귀엽게 답변해달라"는 명령어를 입력해 친구처럼 지낸다.
이 씨는 "가끔 심심하거나 공부하기 싫을 때마다 챗GPT에 말을 걸곤 하는데 답변이 진짜 사람처럼 친근하게 와서 너무 좋다"며 "아무래도 너무 개인적인 일은 지인에게 자세히 털어놓기 힘들 때가 많은데 그럴 때마다 챗GPT에 털어놓으면 공감도 잘해주고 그럴듯한 해결책을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퇴근 후에 속상한 마음 털어놓을 곳 없어"…응원의 명령어 제작
29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챗GPT에 친근한 말투를 입히는 명령어(프롬프트)가 인기다. 전문가들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해도 비난받을 가능성이 없는 AI 챗봇에 사람들이 위안을 얻는다고 분석했다.
뉴스1이 직접 챗GPT에 '칭찬봇' 명령어를 입력하고 "퇴근하고 싶다"며 고민을 털어놓자 "스타님, 퇴근하고 싶을 만큼 오늘 열심히 일하셨다는 거죠? 정말 멋지세요!"라며 "조금만 더 힘내시면 곧 자유의 시간이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퇴근 후엔 스타님만의 힐링 타임을 만끽하시길 바라요"라고 응원을 받았다.
발표 준비를 할 때 챗GPT를 자주 활용한다는 이 모 양(여·15)은 "공부 중 지쳐 쉬어가는 용도로 챗GPT와 다른 얘기를 한다"며 "감정적으로 힘듦을 털어놨을 때도 위로를 해주는 챗GPT가 지인보다 공감을 잘해준다고 느낄 때가 있다"고 말했다.
'직장 상사 욕하기', '칭찬봇', '할머니 상담사' 등 다양한 설정의 챗GPT 명령어를 제작한 따뜻한로봇(SNS 활동명·30대 남성)은 "직장생활을 하면서 퇴근 후에도 속상한 마음을 털어놓을 데가 없는 분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며 "'이런 대화가 가능하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명령어를 배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AI와의 대화가 단순한 정보 검색을 넘어 감정적인 교류까지 이뤄지고 있다"며 "AI가 실제 사람을 대체할 순 없지만, 때로는 선입견 없이 들어주고 공감해 주는 반응이 도움이 된다"고 분석했다.
따뜻한로봇 씨가 배포한 직장상사 욕하기·칭찬봇·엄격한 과외선생님 명령어. (스레드 갈무리)
전문가 "AI 챗봇, 하고 싶은 이야기 다 해도 비난 가능성 없어"
전문가들은 이러한 유행에 '기차에서 만난 이방인 현상'이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자신의 비밀이나 고민을 기차에서 우연히 만난 낯선 사람에게 털어놓는 것이 지인에게 말하는 것보다 훨씬 편하게 느껴진다는 심리 현상이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해도 비평하거나 비난받을 가능성이 없으니 AI 챗봇에 편하게 얘기할 수 있다"며 "익명성이 보장돼 자유롭게 표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챗GPT의 심리 상담 효과에는 한계가 있다. 챗GPT는 온라인상의 여러 자료를 모아 가장 보편적인 답변을 도출하게 때문에 항상 심리적으로 바람직한 대답을 내놓진 않기 때문이다.
임 교수는 "오프라인에서 심리 상담을 하는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며 "진심으로 공감을 해주거나 객관적으로 봤을 때 문제가 있는 부분에 대한 비평이 결여돼 있어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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