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그래프 추이/그래픽=김은옥 기자
지난 2일 원/달러 환율은 1401원에 거래를 마쳤으나 지난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환율은 1440원을 돌파했고 2년 여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에 환율 상승 폭이 축소됐으나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4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5.2원 오른 1418.1원에 출발했다. 전날 1402.9원에 거래를 마감한 원/달러 환율은 비상계엄 선포 후 빠르게 뛰었다.
오후 10시30분쯤부터 가파르게 상승해 오전 12시20분쯤 1442.0원으로 고점을 기록했다. 2022년 10월25일 (1444.2원) 이후 2년 1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당시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미국의 통화 긴축으로 달러가 초강세이던 시기다. 환율은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후인 새벽 2시 1425.0원으로 진정된 채 마감했다.
증권가에선 이날 원/달러 환율 상단을 1420원까지 열어놨다. 최진호 우리은행 애널리스트는 "원/달러 환율은 1410원대 내외에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며 "외국인 매도가 가팔라질 경우 주가 하락, 원달러 환율 상승, 금리 상승의 트리플 약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비상 계엄 충격 후폭풍이 야기할 원화 자산 포지션 축소 여파에 급등이 예상된다"면서 "환율 레인지는 1413~1426원"이라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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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동성 커진 외환시장… 한은 "유동성 무제한 공급"━
국내 금융회사에선 원/달러 환율이 널뛰기하면서 환전 서비스가 일시적으로 중단되는 해프닝도 있었다. 원/달러 환율 상승, 가상화폐 가격 급락으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진 영향이다. 토스뱅크 '외환 사고팔기' 서비스는 이용자 폭증으로 전날 오전 9시까지 '일시적으로 환전을 할 수 없다'는 문구가 나오는 등 먹통 현상이 발생했다. 4일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이날 거래를 시작한 코스피 원/달러 환율, 코스닥 지수가 표시됐다. /사진=임한별 기자
금융당국은 외환시장 안정에 나서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오전 7시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긴급 간담회(F4 회의)를 갖고 "주식·채권·단기자금·외화자금시장이 완전히 정상화될 때까지 유동성을 무제한으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전날 오전 9시 임시 회의를 소집하고 계엄령 사태 후폭풍에 따른 시장 안정화 조치를 논의했다. 외환시장에 단기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이날부터 비정례 환매조건부채권(RP)을 매입하기로 했다.
한은이 RP를 매입하면 RP 매매에 사용할 수 있는 담보 채권의 종류를 늘리고 매매 가능 기관 자체를 확대해 단기 유동성 공급이 수월해진다. 한은 관계자는 "한국경제의 양호한 펀더멘털과 강건한 대외건전성으로 시장심리가 점차 안정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금융·외환시장 상황의 변화를 예의주시하면서 추가 조치를 적극적으로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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