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에 있는 토요타 산업기술기념관 내부. 초창기엔 철이 귀해서 금형 설계를 하지 못했고 나무 틀에 철을 입혀 두들기며 모양을 만들었다. /사진=박찬규 기자
기념관은 토요다방직 본사 공장이자 토요타그룹 발상지에 세워졌다. 빨간색 벽돌로 마감된 건물 외벽을 그대로 보존·활용하며 역사적 가치를 높였다. 나아가 그룹의 발상지로서 '기술혁신과 산업발전이 미래를 만들어 간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제품 제조(모노즈쿠리) 역사에 대한 학습의 장으로서 사회와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게 목표다.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에 있는 토요타 산업기술기념관 /사진=박찬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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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화 방직기의 발명… 일본 섬유산업 발전 이끌어━
전시관을 둘러보는 건 오쿠가와 미치타카 토요타 산업기술 기념관 시니어 어드바이저의 도움을 받았다. 그는 지난해까지 토요타자동차에서 엔지니어로 일했고 정년퇴임 후 올해부터 이곳에서 어드바이저로 활동 중이다. 단순히 안내만 담당하는 게 아니라 히스토리 중 어떤 부분을 강조할지, 그와 어울리는 전시물이 무엇일지 고민하고 구상하는 역할도 수행한다.전시는 크게 섬유기계관과 자동차관으로 구성됐다. 두 전시실에서 토요다 사키치, 토요다 키이치로의 업적을 확인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섬유기계관 전시실에서는 실을 뽑고 짜는 초기의 도구부터 기계뿐만 아니라 방적기와 직기 기술의 발전 과정, 현대의 메커트로닉스 장치의 섬유기계까지 약 100대를 한 자리에서 만나 볼 수 있다.
전시실에서 본 'G형-자동직기' 제1호기는 기계 기술면에서 역사적 의의를 인정받아 '기계유산'으로 등록됐다.
G형-자동직기는 기계를 멈추지 않고도 실 틀의 교환이 가능한 방식으로 설계된 게 핵심이다. 작업자 한 사람이 여러 대 기계를 동시에 돌릴 수 있어 효율적이었다. 특히 오작동을 막는 일종의 '센서'를 설치함으로써 최종 제품인 '천'의 불량을 줄이는 데도 기여했다. 이처럼 방직기술이 발전하며 다양한 섬유제품이 등장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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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직기 특허 매각 자금으로 자동차 공장 설립━
자동차관에서 히스토리를 살펴본 뒤 계단을 내려오면 개발 기술에 대한 전시를 볼 수 있다. /사진=박찬규 기자
자동차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토요다 사키치의 아들인 토요다 키이치로다. 방직기 관련 사업 등으로 해외 출장이 잦았던 그는 미국과 영국 등 자동차 선진국의 문화에 충격을 받았다. 그는 영국의 플랫 브라더스에 G형-자동직기 특허권을 매각, 이 자금으로 자동차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판매한 트럭에 문제가 생겼을 때 키이치로가 직접 현장을 찾아 문제를 해결한 일화를 담은 조각 /사진=박찬규 기자
1936년 출시한 토요타 AA형 승용차, 1955년 생산된 초대 크라운 등 시대를 대표하는 9대의 자동차와 안전 기술, 연비 기술, 배기가스 감축 기술 등 토요타 자동차에 담긴 역사를 확인할 수 있다.
토요타 산업기술기념관에는 최초의 자동차와 트럭 등을 비롯한 다양한 차종이 전시됐다. /사진=박찬규 기자
개발 기술과 생산기술 코너에서는 창업기부터 이어져 온 개발 기술의 역사를 소개하며 각 시대를 대표하는 토요타자동차의 제품을 볼 수 있다.
모든 전시를 둘러보면 다시 로비로 돌아오게 된다. 기념관 로비에는 기념관의 핵심 철학을 상징하는 원형직기가 전시돼 있다.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에 있는 토요타 산업기술기념관 로비에는 1924년 제작된 원형 직기가 전시돼 있다. /사진=박찬규 기자
오쿠가와 미치타카 토요타 산업기술 기념관 시니어 어드바이저는 "기이치로는 사장이지만 항상 현장에 있었다"며 "함께한 직원들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에 행복을 느끼지 않았을까"라고 말하며 투어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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