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MBK 인수 10년을 맞은 홈플러스가 분할매각 의혹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사진은 홈플러스 강서 본사. /사진=홈플러스
부산·울산·경남 지역(영남권) 점포 희망퇴직과 관련해 홈플러스와 노조 간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홈플러스는 해당 지역의 인력이 매출과 비교해 많기 때문에 조직 체질 개선 차원에서 희망퇴직을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는 단순 인력 감축이 아니라 올해로 인수 10년을 맞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MBK)의 '엑시트'(투자금 회수) 차원의 선제 조치로, '영남권' 분할매각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는 부·울·경 점포 희망퇴직과 관련해 이같은 의혹을 제기했다. 사측이 지역별 매출 규모를 공개하지 않은 채 부·울·경 점포 인력만 줄이기로 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주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매출 현황이 어떻게 되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부·울·경 지역만 인력을 줄이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오히려 현장에서는 매출 규모와 상관없이 필요한 인력 규모가 있어 오히려 인력난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노조는 희망퇴직에 따른 인력난 악순환을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진주점은 한 직군을 맡은 인원 모두가 희망퇴직을 하는 등 40~50명이 한꺼번에 줄었다"며 "직군 제한 없이 인력을 줄이면 강제로 인력을 재배치하는데 그러면 빠져나가는 인원이 더 생길 것이고 이는 결국 매각 절차를 밟으려는 수순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실적이 MBK파트너스 인수 이후 악화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인포그래픽은 2014~2023(회계연도) 홈플러스 실적 추이. /그래픽=김은옥 기자
이에 대해 홈플러스 관계자는 "희망퇴직은 자발적으로 퇴직을 희망하는 직원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이며 지원 규모에 따라 지역 인력 운영계획이 완료되면 곧 인력 재배치를 시행할 예정"이라며 "점포 운영 개선 시행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안정화 계획이 있다"고 설명했다.그러면서 "점포별 매출을 기준으로 했을 때 부·울·경 지역은 인력 수급이 불균형한 곳으로 판단돼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추가적인 희망퇴직도 고려하고 있지 않다"면서 "영남권 점포들을 분할매각할 것이라는 노조의 근거 없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점포·인력 줄이기에 "MBK 엑시트 포석"

홈플러스 점포 수는 MBK파트너스 인수 이후 현재 126개로 줄었다. 인포그래픽은 2014~2023년 홈플러스 점포 수 추이. /그래픽=김은옥 기자
홈플러스는 부산·울산·경남지역 점포 소속 중 10년 이상 근속한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부·울·경 점포는 전국 126개 매장 중 21개다. 이 지역 직원 수는 2700~2800명 정도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이후 홈플러스는 MBK 인수 사례로 여러 차례 언급됐다. 이에 홈플러스 측은 지난해 9월 이후 세차례 입장문을 내고 "(홈플러스는) MBK와 영풍의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과 전혀 무관한 제3자"라며 실적하락과 고용 인력 감소 등에 대한 입장을 전했다.


MBK는 2015년 9월 7조2000억원에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블라인드 펀드로 2조2000억원을 투입하고 나머지 5조원을 홈플러스 명의로 대출받아 인수자금을 충당했다. 이후 MBK는 홈플러스 점포 20여개를 매각해 4조원가량의 빚을 갚았다. MBK의 투자금 회수를 위해 홈플러스는 지난해부터 기업형슈퍼마켓(SSM)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분할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2014년과 2019년 외에 연간 6조원대 매출을 유지하고 있다. 영업이익은 MBK 인수 전인 2014년(당해 3월1일~다음해 2월29일) 1944억원을 기록했고 최근 3년(2021~2023년) 연속 영업손실을 냈다.

홈플러스 측은 실적하락과 고용 인력 감소 등은 유통산업환경의 변화와 규제로 인해 대형마트들이 공통으로 직면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홈플러스 반박 자료에 따르면 2021~2023년 3대 마트 직원 수 변동은 ▲이마트 -1855명 ▲롯데마트 -967명 ▲홈플러스 -661명으로 홈플러스가 가장 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