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진행된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항소심 선고 공판을 마친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 사진=임한별 기자
삼성 계열사 부당합병 및 회계부정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 받으며 사법 리스크를 털어냈다. 검찰이 기소한 지 4년5개월 만이다.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백강진·김선희·이인수)는 3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지 1년 만이다.

앞서 이 회장은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삼성 미래전략실 주도 아래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계획하고 추진한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됐다.


검찰은 이 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의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춰 제일모직에 합병하도록 부당하게 개입했고 이로 인해 삼성물산 주주들이 피해를 입었다고 보고 있다.

또한 당시 이 회장이 최대주주였던 제일모직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에도 가담한 것으로 봤다.

검찰은 1심에서 이 회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지난해 2월 선고공판에서 이 회장에게 제기된 모든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즉각 항소를 했고 지난해 11월 결심 공판에서 또 다시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선고해달라고 항소심 재판부에 요청했다. 특히 검찰은 1심 무죄 판결을 뒤집기 위해 서울행정법원이 지난 8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일부 분식회계가 인정된다는 취지의 판결을 반영해 공소장을 변경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입증하기엔 증거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입증되지 않았다"며 검찰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재계에서는 2심 무죄 판결에 따라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됐다고 본다. 검찰이 대법원에 상고하더라도 결론이 뒤집힐 가능성이 작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사실관계를 따지지 않고 법리 해석과 적용이 제대로 이뤄졌는지만 판단하는 '법률심'이다.

사법리스크를 털어낸 이 회장은 경영에 전념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삼성전자는 큰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매출 75조8000억원, 영업이익 6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역대 최대를 기록했으나 영업이익은 전분기보다 줄었다.

범용 메모리가 수요 침체로 고전했고 HBM(고대역폭메모리) 공급 역시 기대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한 탓이다. 삼성전자의 4분기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2조9000억원으로 직전 분기보다 9600억원 줄었다. 앞으로의 전망도 밝지않다.

대형 M&A(인수합병) 등 신성장동력 찾기도 수년째 지연되고 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관세 부과와 반도체 보조금 지출 중단 움직임 등으로 경영 불확실성도 커진 상태다.

이 회장은 이 같은 위기를 극복하려는 데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 회장은 앞서 항소심 최후진술에서 "최근 들어서 삼성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지금 저희가 맞이한 현실이 그 어느 때보다도 녹록지 않지만 어려운 상황을 반드시 극복하고 앞으로 한발 더 나아가겠다"고 발힌 바 있다.

이 회장 측 변호인은 항소심 판결 직후 취재진을 만나 "이 사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정말 긴 시간이 지났다"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피고인들이 본연의 업무에 전념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