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은 7일 박현수 행정안전부 경찰국장(54·경찰대 10기)을 서울경찰청장 직무대리로 발령한다는 인사 조치를 발표했다.

(서울=뉴스1) 박혜연 이기범 기자 = '친윤 코드 인사'로 논란이 일고 있는 박현수 행안부 경찰국장(54·경찰대 10기)이 7일 서울경찰청장 직무대리로 발령받으면서 야권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경찰청은 지난 5일 박 국장을 치안정감 승진자로 내정한 데 이어 이날 이 같은 인사 조치를 발표했다. 박 직무대리는 오는 10일 정식 취임해 업무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에 연루된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이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구속된 데 이어 같은달 27일 직위 해제되면서 서울청장 자리는 공석이 됐다.

다만 김 전 청장이 아직 치안정감 자리에 있기 때문에 박 국장이 직무대리 형태로 서울청장 역할을 수행하게 된 것이다. 경찰청 조직상 치안정감의 정원은 모두 7명이다.

서울청 관계자는 "과거에도 치안감 상태에서 직무대리를 하다가 TO(결원)가 생기면서 치안정감으로 임용된 사례가 있다"며 "김 전 청장이 퇴직하게 되면 (박 직무대리도) 승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직무대리의 인사 조치는 '서부지법 난동 사태' 등 수사 현안이 쌓여 있는 서울청장 자리를 장기간 공석으로 두기 어렵다는 정부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2025.2.6/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특위' 3차 청문회에서 경찰 고위직 인사와 관련, "인사가 있어야 국정 안정이 되기 때문에 각 장관이 책임지고 정무직 인사가 아닌 경우 인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는 경찰청의 요청에 따라 지난 6일 오후 긴급 회의를 열고 박 직무대리 추천 여부에 대한 의견을 모아 이날 오전 경찰청에 전달했다. 경찰법상 시도경찰청장은 경찰청이 시도 자경위와 협의해 후보를 추천하면 행정안전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용안을 재가하는 절차를 거친다.

야권에서는 박 직무대리의 인사를 두고 윤석열 대통령의 '옥중 인사'라는 날 선 비판이 나온다. 20대 대통령직인수위에 파견된 후 잇달아 대통령실(국정상황실)과 행안부에 파견 근무하면서 초고속 승진한 이력을 볼 때, 서울청장 직무대리에 박현수 치안감을 기용한 것은 경찰 장악을 위한 현 정부의 '코드 인사'라는 의혹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야 3당 소속 의원들은 전날 입장문을 통해 "노골적인 윤석열 코드인사"라고 했고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대통령실과 최 대행이 경찰 고위직을 '윤석열맨'으로 채우고 내란 수사를 방해하려는 속셈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2차 청문회'에 출석해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2025.2.4/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인사 시점도 공교롭다. 공수처가 지난 3일 이상민 전 행안부 장관 사건을 경찰에 재이첩한 직후다. '충암고·서울대 라인'으로 대표적인 윤 대통령 측근인 이 전 장관은 비상계엄 선포 국무회의에 참석해 내란 혐의를 받는다. 계엄 당시에는 일부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를 소방청에 지시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직무대리는 또 계엄 당일 국회 봉쇄를 지시했던 조지호 청장을 비롯해 이 전 장관, 임정주 경찰청 경비국장과 통화한 사실로 '계엄 연루' 의혹을 받는 당사자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오는 18일 긴급 현안 질의를 위한 전체회의를 열고 박 직무대리를 포함, 승진 예정자들을 불러 '코드 인사'와 계엄 연루 의혹을 따져 물을 예정이다.

한편 경찰청은 이날 박 직무대리 외 치안감 6명의 전보 조치도 일괄 발표했다. 기존에 김 전 청장 대신 서울청장 직무대리를 맡고 있던 최현석 서울청 생활안전차장은 중앙경찰학교장으로 발령됐다.

국무조정실에 파견됐던 박종섭 경무관은 이번에 치안감으로 승진하면서 서울청 생활안전차장으로 전보됐다.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에 파견됐던 남제현 경무관은 치안감으로 승진, 행안부 경찰국장으로 자리를 이동한다.

조정래 경찰청 치안정보국 치안정보심의관은 서울경찰청 공공안전차장으로, 김철문 경북경찰청장은 전북경찰청장으로, 오부명 서울청 공공안전차장은 경북경찰청장으로 각각 전보 발령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