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이날 경기 성남시 분당구 카카오뱅크 본사의 모습. /사진=뉴스1
이달 31일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카카오뱅크의 대차거래잔고가 한 달 새 141만주 급증했다. 카카오뱅크 주가가 2만2000원대에서 횡보하는 가운데 대차거래잔고가 급증한 종목이 공매도 집중 타깃이 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2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대차거래잔고 주수는 지난 26일 기준 931만8041주로 지난달 26일 790만2126주보다 141만5915주(17.91%) 늘었다. 같은 기간 대차거래잔고 금액은 1987억3800만원에서 2157억1300만원으로 169억7500만원(8.54%) 늘었다.

대차거래잔고가 늘어난 배경은 오는 31일 재개하는 공매도를 앞두고 투자자가 몰리고 있어서다. 공매도는 투자자가 보유하지 않은 주식을 빌려 매도하는 방법이다. 이후 주가가 내려가면 해당 주식을 낮은 가격에 매수해 주식을 상환하기 때문에 미리 주식을 빌려놔야 한다.


지난 26일 대차거래잔고 주수는 17억3367만9920주로 한 달 전 보다 22% 늘었다. 대차거래잔고는 지난해 4월 12억9984만주를 기록한 이후 감소했으나 최근 급증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대차거래 내역 상위 톱 16위다. 삼성전자(1억1821만6772주)에 이어 ▲삼성중공업(3299만9559주)▲두산에너빌리티(1978만8483주)▲우리금융지주(1917만513주)▲HMM(1857만9769주)▲SK하이닉스(1773만6375주)▲삼성전자우(1579만2040주)▲포스코DX(977만2577주) 등 대차거래 내역 상위 종목 16번째에 이름을 올렸다.

대차잔고는 특정 주식을 빌린 뒤 아직 상환하지 않은 물량으로 잔고가 많을수록 공매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간주한다. 공매도를 위해선 주식 대차가 선행돼야 하는 만큼 대차잔고는 향후 공매도 강도를 가늠하는 주요 지표로 활용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공매도 재개가 기존 코스피200 및 코스닥150 종목에 한정됐던 허용 범위를 전 종목으로 확대했기 때문에 매도 압력이 집중될 가능성이 높은 종목에 선별과 리스크 점검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재개의 핵심은 '차입계약의 확정'이며 매도 가능 잔고를 확인한 뒤에만 공매도 주문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며 "결국 대차잔고가 증가한 종목이 공매도 가능 종목의 우선 후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 종목 토론방에선 늘어난 대차거래잔고에 공매도 재개 후 주가 하락할 것이란 우려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지난 2021년 8월7일 상장일 6만9800원까지 올랐던 카카오뱅크 주가가 이날 장중 2만2900원으로 3월7개월 만에 67% 넘게 하락해서다.

김도화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가 컨센서스를 상회하는 실적을 기록했으나 자산성장 둔화와 마진 하락에 따른 정체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는 올해 부가세 박스, 주택담보대출 비교 서비스, 모바일 신분증, 투자박스 등 파이프라인을 확대하는 점에서 성장이 기대된다"면서도 "충당금 적립과 판관비 증가로 순이익이 감소해 목표주가를 3만원으로 하향 조정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