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2023년 9월5일 폴란드 국제방위산업전시회의 한화 전시장을 찾은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을 만나 회사의 기술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화오션
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폴란드는 오크라 사업을 통해 3000톤급 잠수함 3척을 도입할 계획이다. 건조 사업비는 약 3조원이고 함정 MRO(유지·보수·정비) 사업을 포함하면 8조원 규모로 늘어난다. 올해 상반기 중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되고 3분기 중 최종 계약이 체결될 전망이다. 한국을 비롯해 독일, 프랑스, 스웨덴, 스페인, 이탈리아 등이 사업 수주를 위해 경쟁하고 있다.
폴란드는 한국의 주요 방산 수출국이다. 스웨덴 외교정책 연구기관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에 따르면 최근 5년(2020~2024년) 동안 우리나라 방산 수출에서 폴란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46%에 달한다. 폴란드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한국의 무기체계 도입을 늘린 결과다.
폴란드가 한국 무기체계에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는 만큼 함정 분야로 수출이 확장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폴란드는 2022년 K2전차 180대, FA-50 48대, K9자주포 212문, 천무 다연장로켓 218대를 포함해 약 124억달러(약 17조원) 규모의 한국산 무기체계를 구입했다. 폴란드 함정 수출에 성공할 경우 국내 조선사의 EU 함정 공급 가능성도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이미 참여 의향서를 제출하고 본격적인 수주 활동에 착수했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폴란드에서 열린 '국제해양 안보포럼'에서 해군 현대화를 위한 해양 안보 솔루션을 제시했다. 3000톤급 잠수함(KSS-Ⅲ PL)과 2300톤급 잠수함(HDS-2300) 등 두 가지 플랫폼을 동시에 제안하며 이목을 끌었다. 참여 의향서를 낸 조선업체 중 두 가지 플랫폼을 동시에 제안한 것은 HD현대중공업이 유일하다. 자체 개발한 2300톤급 잠수함은 필리핀 해군의 운항 수심에 적합하고 운항 효율이 높을 뿐 아니라 건조 비용 절감되는 장점이 있다.

HD현대중공업이 개발한 수출용 잠수함(HDS-2300)의 조감도. /사진=HD현대
수주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폴란드 기업과 협력도 강화한다. 폴란드 정부는 경제 기여도를 중점 고려 요소로 설정해 기업들의 기술 이전, 현지 생산, 일자리 창출 등을 끌어낸다는 방침이다.
HD현대중공업은 폴란드 레몬토바(Remontowa) 조선소와 MRO에 협력키로 했다. 레몬토바 조선소는 폴란드 조선업계를 대표하는 기업 중 하나다. 연간 약 200척 이상의 선박을 건조 및 수리한다. 유럽 내 MRO 분야에서 1위인 조선소로 상선 및 특수선 분야에서 입지를 보유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최근 특수선 해외영업과 전략, 구매, 생산 등 각 분야 전문가를 레몬토바, 나우타(Nauta) 조선소에 파견해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레몬토바와 일반 상선 등 선종 다각화와 친환경 기술을 논의했으며 나우타와 함정 신조 및 MRO 사업을 협의했다. 지난해엔 폴란드 대표 방산 그룹인 WB그룹과 잠수함 사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수주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원팀' 구성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있지만 이미 입찰의향서를 제출해 회사별로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 회사는 지난달 방사청과 '함정 수출사업 원팀 구성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함정 수출사업 참여시 정부와 함정 업계가 원팀을 구성하고 HD현대중공업이 수상함을, 한화오션이 잠수함 수출사업을 주관하며 지원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원팀에 대한 논의 이전 양사 모두 폴란드에 제안을 완료했다"면서도 "HD현대중공업은 2300톤급, 한화오션은 3000톤급으로 제안한 만큼 국가 차원으로는 우리나라가 수주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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