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어엿던 사회인으로 자리잡은 MZ세대는 기존 가치관의 갈등 속 자신들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최근 MZ세대(1980년대 초반에서 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의 사회(직장)생활이 활발해지면서 조직의 새로운 주축으로 자리 잡고 있지만 이들과 소통이 어렵다고 호소하는 선배세대들이 많다. "요즘 애들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조직 내 퍼져 있지만 이러한 인식이 조직의 역동성을 해치는 요인이라는 것도 간과되고 있다.
MZ세대가 원하는 것… 승진보다 존중
MZ세대들은 적성과 흥미가 없다면 직장 생활을 이어갈 필요가 없다는 시각이 많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기성세대가 조직 내 충성을 최우선 순위에 뒀다면 MZ세대는 다르다. 그들에게는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 개인의 성장, 조직 내 존중이 더욱 중요하다. 과거에는 무조건 버티고 일하는 것이 직장인의 미덕이었다면 이제는 일의 의미를 찾는 것이 직장 생활의 핵심이다.
MZ세대는 일률적인 기업 문화를 답답해하고 새로운 시도와 개성을 존중하는 환경을 선호한다. 대다수 회사들이 이전부터 이어오던 방식을 고수하고 있기에 변화를 수용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 너무 튀면 안 된다는 압박과 상사 지시를 처리하는 데 익숙한 조직 문화는 젊은 인재들의 창의성을 가로막고 있다. 혁신적인 사고를 가진 인재를 필요로 하는 기업이라면 MZ세대 가치관을 이해하고 이들과의 유기적인 연대가 관건이다.

인공지능(AI)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창의적 사고를 가진 인재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하지만 현재의 기업 문화는 MZ세대가 창의력을 발휘하기에 어려운 구조다.


청년(19~34세) 4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4년 상반기 청년층 대상 채용동향조사'를 보면 직무 수행에서 '적성 및 흥미'(67.7%·복수응답)가 가장 높은 응답을 기록했다. '교육 수준'(54.5%)이나 '기술 수준'(59.4%)보다도 높았다.
평생 직장 아닌 평생 직무
청년들은 기성세대와 달리 직장보다는 직무의 개념이 뚜렷하다. /사진=이미지투데이
MZ세대는 평생 직장을 다니겠다는 개념이 희박한 편이다. 어떤 분야에서 성장할 수 있는지, 현재 직무로 의미를 찾을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강압적인 조직 문화보다 개인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환경이 필수적이다. Z세대인 3년차 직장인 김씨는 "돈도 물론 중요하지만 자아 실현이 가능해야 지지치 않고 일을 할 수 있는 것 같다"고 했다.
MZ세대가 기존 기업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창업을 선택하는 사례도 늘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중소벤처기업부와 벤처캐피탈협회 등 유관 기관들에 따르면 작년 국내 창업 기업 수는 경기 침체 여파로 전년보다 4.5%(5만5712개) 준 118만2905곳이다.

혁신을 통한 성공도 메말라가고 있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에 따르면 국내 신규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조 원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 수는 2020년 3곳에서 2021년 8곳, 2022년 9곳으로 증가했으나 2023년에는 4곳으로 줄었다. 스타트업 붐이 한때 크게 일었지만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지 못하고 좌절하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이러한 현실은 청년들을 고립되게 만들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도 연간 고용동향 자료를 보면 20~29세 '쉬었음'(비경제활동인구) 인구가 2023년 12월 34만1000명에서 2024년 12월 38만6000명으로 증가했다. 1년 새 20~29세 '쉬었음' 인구가 12.9%(전년동월대비) 상승했다.


이들이 창업에 도전하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히는 이유는 창업 이후 지원 부족과 실패에 대한 피드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 번 창업했다가 실패하면 끝이라는 인식이 강한 사회에서 재도전 기회도 제한적이다. 기존 기업 문화를 탈피하기 위해 과감하게 도전했으나 그조차 실패로 끝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분석이다.
노동 시간 논쟁보다 중요한 것은… 무한한 '가치 창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월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국정 안정을 위한 국회-정부 국정협의회 첫 회의에서 모두 발언하고 있다. 우원식 국회의장(왼쪽부터), 이 대표, 권영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뉴스1
현재의 주 52시간제를 비롯해 한때 산업계에서 뜨거운 감자였던 69시간제는 물론 최근 화제인 반도체 R&D 분야 근로 특례 등 노동 시간을 조절하려는 논쟁은 끊이지 않는다.
노동 유연화 같은 쟁점에 시간을 쏟기보다 직원들이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시급하다. 주어진 시간 내 업무를 많이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히 업무 시간을 조절하는 것에서 벗어나 직원들이 자신의 일을 통해 자율성과 몰입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MZ세대가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며 노동 시간 논쟁보다 가치를 창출하는 일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MZ세대가 단순히 '회사에 다니는 사람'이 아니라 '일을 통해 성장하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기업과 사회 모두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는 분석이다.

벤처 1세대로 꼽히는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은 "근로 시간을 두고 설왕설래가 많은데 그것보단 가치를 만들어내는 일이 되도록 해야 한다"며 "고생만 하는 일은 지양하고 가치를 무한대로 창출하는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AI로 불확실성은 커지고 1%대 저성장이 고착화되고 있다"며 "청년들의 고학력에 따른 일자리 미스매치를 해소해야 한다"라고 했다. 이어 "노동시간 문제에 집중하기보다는 의미 있게 좋아하는 것을 하고 살 수 있도록 청년들에게 최우선적으로 관심을 쏟아야 한다"며 "지방에서도 터전을 잡을 수 있도록 해야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