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 /사진=뉴스1
국내 벤처업계의 선구자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이 자신의 혁신 DNA를 이을 후계자 양성에 나선다. 외아들 황은석 미래전략실 총괄 사장을 이사회에 합류시켜 기업가 정신을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황 회장은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재선임될 예정인데 황 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해 기업의 지속 성장과 혁신을 위한 장기적인 경영권 승계 구도를 그려나간다는 구상이다. 이사회를 현 5인에서 8인 체제로 전환하고 사내이사를 1명에서 3명까지 늘리는 한편 사외이사 역시 4명 체제를 끝내고 5인으로 확대된다. 황 사장은 서울대 재료공학부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2018년부터 6년 동안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 책임연구원이었다. 작년 초 주성엔지니어링 미래전략실 총괄 사장이 됐다.

황철주 회장은 1993년 주성엔지니어링을 창업해 세계 최초로 D램 커패시터용 원자층 증착(ALD) 장비 개발을 주도하며 한국 반도체 장비 산업을 선도한 인물이다. 국내 대표적인 벤처 1세대로 꼽히며 10대 벤처기업협회장을 역임하는 등 벤처 생태계 발전과 기업가 정신 확산에 앞장서 왔다.


이 같은 철학을 반영하듯 황 회장은 경영권 승계를 단순한 부의 대물림이 아니라 기업가 정신을 이어가기 위한 지속 발전 전략이라고 강조해왔다. 과거부터 "2세 승계는 기업을 장기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중요한 과정"이라며 단순한 지분 이전이 아닌 경영 철학과 혁신 DNA를 전수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입장이다.

황 회장은 지난해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시도하며 승계 작업을 본격화하려 했지만 반대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액이 500억원을 넘어서며 계획이 무산된 바 있다. 지배구조 개편은 무위에 그쳤지만 황 사장이 이번 기회를 통해 이사회에 합류하면 경영 참여를 통한 점진적 승계 작업이 다시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황 회장은 주성엔지니어링의 1대 주주로 25.2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부인을 포함한 오너 일가 6명의 지분을 합하면 총 29.61%다. 황 사장의 지분은 2.22%다. 이번 이사회 진입이 향후 지배력 강화와 경영권 승계를 위한 초석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편 반도체 시장이 살아나면서 주성엔지니어링의 장비 수요가 몰리고 있다. 이에 지난해 12월 초 2만원대 중반이던 주가는 지난 18일 종가 3만4450원까지 올랐다. 주성엔지니어링의 기업가치가 제고되면서 지배구조 향배에 대한 관심도 커진다는 시각이 많다.

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황 사장이 필요한 경험을 쌓는 과정이 될 것"이라며 "공식적인 후계 작업에 관한 언급은 밝힐 수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