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형퇴직연금 시장에 AI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각 금융사가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사진=이미지투데이
AI(인공지능) 기반 로보어드바이저(RA) 알고리즘으로 운용되는 개인형 퇴직연금(IRP) 자동 관리 서비스에 금융투자업계의 관심이 모인다. 금융당국의 제도화 이후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투자일임업체들이 잇따라 시장에 진입하며 기존 TDF(타깃데이트펀드)가 중심이던 연금 시장이 변화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말 17개 투자일임업자가 신청한 퇴직연금 RA 일임 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했다.

기존에는 IRP 내에서 투자자가 직접 운용지시를 내려야 했고 일임이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지정으로 알고리즘 기반의 자동 운용을 예외적으로 허용하면서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받은 투자 일임업자의 RA가 가입자를 대신해 운용을 지시할 수 있게 됐다.


이후 지난 3월 말 파운트·하나은행이 로보어드바이저 일임 서비스 출시를 선보이며 포문을 열었다. 미래에셋자산운용도 전날 AI 기반 퇴직연금 통합 연금 관리 시스템 'M-ROBO'를 선보였다. M-ROBO는 투자자의 연령, 성향, 목표 수익률 등을 종합 분석해 최적화된 포트폴리오를 자동 설계하고 시장 변화에 따라 동적으로 리밸런싱하는 AI 기반 연금 관리 솔루션이다.

한국투자증권도 디셈버앤컴퍼니와 협력해 퇴직연금 RA 일임 서비스 시장에 뛰어들었다. 미래에셋증권도 이달 중 RA 일임형 서비스를 본격 도입할 예정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도 RA 알고리즘 'KimRobo' 출시 시기를 놓고 조율하고 있다. 이밖에도 KB증권과 NH투자증권 등도 출시를 준비 중이다.

RA 일임형 서비스는 IRP 내에서 자동으로 운용된다는 점에서 기존 TDF와 유사하다. 다만 TDF는 사전에 설정한 생애주기(글라이드패스)를 통해 주식과 채권 비중이 연령에 따라 자동 조정되는 정적인 구조다. 반면 RA 서비스는 AI, 알고리즘을 활용해 투자자의 위험 성향, 투자 목표, 시장 환경 등을 반영해 개인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수시로 리밸런싱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보다 유연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RA 서비스의 실제 수익률에도 관심이 쏠린다. 코스콤이 운영하는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센터에 따르면 이날 기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M-ROBO 시리즈 1년 평균 수익률은 18.41%에 달한다. 최근 5년간 퇴직연금 수익률이 3% 초반 수준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하면 약 6배에 달하는 수치다.

전문가들은 RA 서비스가 능동적 자산 배분을 원하는 가입자에게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향후에는 성과연동형 수수료 구조, 초개인화 알고리즘, 생애주기 연동형 RA 서비스 등 다양한 기술 고도화도 가능할 전망이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은 "디지털금융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가고 있다. 그만큼 금융소비자에게 가장 적합한 로보어드바이저를 선택하는 문제는 이전보다 더 중요해지고 있다"며 "특히 로보어드바이저 선택에 따라 금융소비자의 자산관리 성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