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개회를 선언하는 의사봉을 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이 4월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한은은 지난해 10월 피벗(통화정책 기조전환)에 나서면서 기준금리를 3.5%에서 3.25%로 인하했다. 이후 11월에는 3.0%로 2회 연속 내렸다.
올해 1월에는 동결을 선택했고 2월 0.25%포인트 추가 인하했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불 지핀 관세 갈등에 불안정한 금융·외환시장 상황을 고려해 이달엔 금리를 유지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7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통화정책 방향 결정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2.75%로 동결했다고 밝혔다.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한은 금통위원들이 이달 기준금리를 연 2.75%로 동결할 것으로 전망했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까지 올랐다가 1420원으로 내려오는 등 관세전쟁에 따른 외환시장 변동성이 크다는 이유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 9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6년여 만에 최고치(1484.1원)를 기록했으나 상호관세가 유예되면서 이날 오전 1421원까지 내려왔다.

아울러 지난 3월 서울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해제 후 급격히 늘어난 가계대출과 서울 부동산 가격의 안정 여부, 불확실한 추가경정예산(추경) 규모나 집행 시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하 속도 등도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 배경으로 꼽힌다.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정책연구센터가 발표한 '2025년 3월 부동산 시장 소비자 심리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주택 매매 소비 심리는 전월 대비 11.4포인트 오른 136.1을 기록했다. 토허제 해제로 서울의 매매 수요가 늘어나면서 수도권의 매수 심리도 반등하는 양상이다. 수도권은 전월 대비 7.5포인트 급등한 122.0으로 여섯 달 만에 상승 국면에 재진입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4월 들어 2조원 넘게 불었다. 지난 14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40조6647억원으로 지난 3월 말(738조5511억원) 대비 2조1136억원 늘었다. 토허제 이후 급증한 주택 거래 관련 담보대출이 1~2개월 시차를 두고 줄줄이 실행돼 가계대출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은 지난 3월19일 기준금리를 동결했으나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3~4차례 인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제롬 파월 의장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높은 관세에 물가 인상과 성장 둔화가 예상돼 통화정책 방향 결정을 앞두고 고민을 밝히기도 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일리노이주의 시카고 이코노믹클럽에서 한 연설에서 "관세는 최소한 일시적으로 인플레이션의 증가를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며 " 연준은 정책 입장에 대한 어떤 조정을 고려하기 전에 더 많은 명확성을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금리 인하 사이클" 언급한 이창용… 금통위 소수의견 나오나
관심은 금통위 위원들의 소수의견이다. 이 총재는 이달 기준금리 결정에 앞서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전날 이 총재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 회의에 참석해 "2년 사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률)이 6%까지 올라간 상황에 국민들의 피해가 있더라도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렸다"면서도 "금리인하 사이클에 있다"고 강조했다.

한은 총재의 넥타이 색깔은 금리 방향을 점치는 '시그널'로 읽힌다. 금통위 의장인 한은 총재의 넥타이가 붉은색 계열이면 '인상', 푸른색 계열이면 '인하'나 '동결'로 예상한다. 과거 김중수 전 총재는 통화정책 결정과 같은 색의 넥타이를 착용해 금통위 당일 김 전 총재가 무슨 색깔의 넥타이를 맸는지 주목받기도 했다.

이날 푸른색 넥타이를 맨 이 총재는 지난 2022년 기준금리를 3.00%에서 3.25%로 0.25%포인트 인상했을 때 김소월 시인의 진달래꽃 시가 적힌 넥타이를 매고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진달래꽃의 '사뿐히 즈려밟고…' 구절을 비춰볼 때 금리인상의 결정을 본인이 짊어지겠다는 의미를 부여했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 총재가 이번 금통위에 착용한 푸른색 넥타이는 '동행', '행복' 등 다양한 문구가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