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수입차 판매량 감소에도 불구하고 수입차 전속 금융사들은 고금리 할부 금융상품을 바탕으로 영업이익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그래픽=강지호 기자
지난해 수입차 업체들의 실적이 부진했던 반면 전속 금융사들의 영업이익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산차보다 금리가 높은 할부 금융상품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 결과로 풀이된다. 해외 본사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수입차 금융사들은 저비용·고수익 구조를 갖추고 있어 영업이익률도 높은 편이다.
수입차 금융사 중 가장 높은 영업이익을 기록한 곳은 BMW파이낸셜이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BMW파이낸셜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421억원으로 BMW코리아의 영업이익(1363억원)을 넘어섰다. 신차 판매와 연관되는 리스·할부금융 수익은 각각 20.1%, 19.4% 늘었다.

메르세데스-벤츠파이낸셜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389억원으로 전년 대비 6.6% 증가했다. 포르쉐파이낸셜은 29.5% 증가한 108억원을 기록했다. 폭스바겐파이낸셜은 유일하게 영업이익이 감소했지만 이자수익이 전년 대비 40% 이상 급증하며 감소 폭을 일부 상쇄했다. 고금리 할부 상품을 통해 이자수익이 확대된 결과로 풀이된다.


수입차 업체들은 신차 구매 고객에게 수백만원대 할인 혜택을 내세워 전속 금융사 이용을 유도하는 경우가 많다. 계약 당시에는 높은 할인을 받는 것 같지만 할부 이자율이 국산차의 두 배에 달하는 점은 간과되기 쉽다. 표면적인 할인 혜택보다 실제 이자 부담이 더 커, 소비자가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계약 시 이자율이 만기까지 유지되기 때문에 중도 해지 전까지 시중 금리 변화에 영향을 받지도 않는다. 수입차 업계에서 '차는 브랜드가 팔고 돈은 금융사가 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여신금융협회가 공개한 지난해 4분기 수입차 금융 4사의 신차 평균 할부금리는 ▲폭스바겐파이낸셜 7.8% ▲벤츠파이낸셜 6.9% ▲포르쉐파이낸셜 6.6% ▲BMW파이낸셜 4.6% 순이다. 최고금리는 ▲포르쉐파이낸셜 10.7% ▲BMW파이낸셜 9.9% ▲벤츠파이낸셜 9.2% ▲폭스바겐파이낸셜 8.8%로 집계됐다.


수입차 금융사들은 완성차 판매사보다 영업이익률이 높다. 지난해 수입차 업체들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2.6%에 그친 반면 금융사 평균은 13%로 약 5배에 달했다. 가장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벤츠파이낸셜은 18.6%로 벤츠코리아(2.8%)의 6배를 웃돌았다.

높은 영업이익률의 비결은 낮은 자금 조달 비용에 있다. 수입차 금융사들은 해외 본사나 법인 등 특수관계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데 이때 적용되는 이자율은 신차 할부금리보다 낮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운영 자금을 확보한 뒤 고금리 할부 상품을 판매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구조다.

BMW파이낸셜은 지난해 네덜란드 법인 BMW 홀딩스(BMW Holding B.V.)에서 1조2956억원을 차입했다. 연 이자율은 3.4~4.3%로 추정된다. BMW 홀딩스는 현재 BMW파이낸셜의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벤츠와 포르쉐파이낸셜도 그룹 내부 금융사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 지난해 벤츠는 메르세데세스-벤츠 인터내셔널 파이낸스 B.V.로부터 4450억원을 차입했다. 포르쉐는 아일랜드 소재 특수관계법인인 포르쉐인터내셔널파이낸싱을 통해 3752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양사의 차입금 이자율 2~4%대로 국내 신차 할부 금리보다 낮았다.

폭스바겐파이낸셜은 회사채를 발행해 운영 자금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해 4월 136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3년 만기, 이자율 4.4%의 조건으로 발행했다. 국내 시장에서 4%대에 자금을 조달해 수입차 금융사 중 가장 높은 7.8%의 평균 할부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