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반도체 본사 1공장 전경. /사진=한미반도체
한미반도체가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오너가 수익 확보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배당금을 대폭 늘린 데 이어 회계 조정을 통한 비과세 배당 구조까지 활용하며 현금 확보에 나섰다. 모든 주주에게 비과세 혜택이 적용되는 만큼 높은 지분율을 보유한 오너일가가 최대 수혜자가 될 거란 분석이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미반도체는 지난달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역대 가장 큰 규모인 보통주 1주당 720원의 현금 결산 배당을 결정했다. 현금배당 시가배당률은 0.7%며 배당금총액은 683억원이다. 2022년 200원, 2023년 420원이던 주당 배당금은 2년 만에 3배 이상 늘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최대 실적과 배당금을 기록한 동시에 비과세 배당을 위한 재원도 마련했다. 정기주총에서 자본준비금 149억3000만원을 이익잉여금으로 전입하는 안건을 가결하면서다. 이를 배당으로 지급할 경우 세법상 자본 환급으로 간주돼 배당소득세(15.4%)가 부과되지 않는다. 자본준비금에서 기인한 배당은 소득이 아닌 원금 반환의 성격으로 보기 때문에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세금 면제로 주주들의 실질적인 세후 수익을 높일 수 있어 주주환원정책의 일환으로도 평가된다.

한미반도체가 비과세 배당 등 급전적인 밸류업 전략을 추진하면서 일각에선 사실상 오너일가 수익성 극대화에 목적을 뒀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모든 주주의 배당에 비과세가 적용되는 만큼 높은 지분율을 보유한 오너 일가가 최대 수혜자라는 것이다. 원래 대주주의 경우 연간 금융소득(배당과 이자)이 2000만원을 초과하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돼 종합소득세 최고세율인 49.5%까지도 부담할 수 있다.


최대주주인 곽동신 한미반도체 회장의 지분율은 34%로 회사 주식 총 3286만2900주를 보유하고 있다. 오너일가로 확장 시 이들의 지분율은 55%에 달한다. 곽 회장의 아들인 곽호성씨, 호중씨는 회사 지분 2.05%씩을 각각 갖고 있으며, 누이인 곽혜신씨(4.05%)와 명신씨(4.10%), 영미씨(4.36%), 영아씨(4.11%)도 인당 4%대의 주식을 소유 중이다. 작은 아버지인 곽노섭씨는 0.17%의 지분을 보유한 상태다.

이번 배당 확대로 곽 회장은 총 236억원을 수령할 예정이며 오너일가 전체에겐 381억원에 달하는 현금이 돌아간다. 그동안 한미반도체 주식을 꾸준히 매입하면서 지분을 늘려온 곽 회장은 이번에 상당한 배당금을 확보하게 됐다. 곽 회장은 2023년부터 지난달까지 423억원 규모의 자기 회사 주식을 사재로 취득했다.

여기에 회사가 자사주 소각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오너가 지분율과 배당액이 함께 늘어날 전망이다. 자사주 매각 시 전체 발행주식 수가 줄어 기존 주주의 지분율이 올라가고, 배당액도 연쇄적으로 상승한다. 한미반도체는 올해 2월에만 573억원의 자사주를 소각했으며, 다음달에도 13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추가 소각할 예정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주환원정책은 대주주든 소액주주든 지분율에 비례해 적용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모든 주주에게 적용되는 제도"라면서도 "지분율이 높은 오너일가가 가장 큰 수혜를 입는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한편 한미반도체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연결기준 2254억원으로 전년대비 638% 증가했다. 창립 이후 처음으로 영업이익 2000억원을 돌파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도 251% 늘면서 5589억원을 기록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후공정 핵심장비인 TC본더에 대한 사장 요구가 늘어난 게 호실적을 견인했다. 최신형 HBM인 'HBM3E 12단'의 경우 한미반도체가 전체 TC본더 시장의 90%를 점유하고 있다. 주요 고객사로는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