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가 올해 식품·물류·엔터·뷰티 등 주력 사업에서 '초격차' 전략을 선언하고 생활문화 한류 2.0시대를 열어갈 것을 다짐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미국 월마트에서 비비고 컵밥 신제품을 살펴보고 있는 소비자의 모습. /사진=CJ제일제당
#미국에 사는 40대 주부 A씨는 요즘 비비고 제품에 푹 빠져 있다. 친구의 추천으로 만두, 불고기볶음밥, 김치 등을 사서 먹어봤는데 모두 마음에 들었다. 그는 "비비고는 실패할 걱정 없이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 유일한 브랜드다. 만두부터 국수, 볶음밥, 김치까지 맛없었던 적이 없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K드라마를 좋아하는 미국인 B씨는 최근 tvN 드라마 'Lovely Runner'(선재 업고 튀어)를 정주행하고 있다. 'Queen of Tears'(눈물의 여왕)를 재미있게 본 뒤 커뮤니티에 K드라마 추천을 부탁했더니 가장 많은 댓글이 달린 드라마였다. B씨는 "주연 배우들의 연기가 좋고 무엇보다 OST가 정말 좋아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고 있다"는 소감을 전했다.


비비고와 tvN 드라마에 대해 북미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Reddit)에 올라온 반응들이다. CJ그룹은 올해 식품·물류·엔터·뷰티 등 주력 사업에서 '초격차' 전략을 선언했다. 식품과 엔터테인먼트를 중심으로 K열풍을 주도하겠다는 것으로, '생활문화 한류 2.0 시대'를 예고했다.

2013년 CJ는 이재현 회장의 경영 공백 상황에서 미국 LA에서 '생활문화 한류' 비전을 선포했다. 한국의 식품, 영화, 음악 등 K컬처를 세계인의 일상에 녹이는 데 CJ가 앞장서겠다는 포부였다. 13년이 지난 지금, CJ는 식품과 엔터를 넘어 물류와 뷰티까지 확장하며 글로벌 생활문화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

CJ그룹의 새로운 생활문화 한류는 식품뿐 아니라 물류, 엔터, 뷰티로 확장된다. CJ대한통운은 AI 기반 물류 혁신으로 글로벌 공급망을 강화하고, CJ ENM은 K콘텐츠로 세계 시장을 공략한다. CJ올리브영은 K뷰티의 대표 주자로 해외 매장을 확대하며 한류의 외연을 넓힌다. 이중 한류 수출의 선봉에 선 것은 단연 CJ제일제당이다. 비비고와 햇반을 필두로 70개국에서 100여 종의 제품을 판매하며 K푸드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CJ제일제당은 매출 17조8710억원, 영업이익 1조323억원을 기록했다.(CJ대한통운 제외) 매출은 전년 대비 0.1%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26.0% 증가했다. 실적 성장에는 해외 사업의 역할이 컸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북미, 유럽, 호주 등 주요 시장에서 K푸드 신영토 확장이 성과를 거뒀다"며 "글로벌 전략 제품인 김치(+38%), 냉동밥(+22%), 만두(+18%)의 해외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북미·유럽 시장 확대 위해 8000억원 투자
CJ제일제당 해외 식품사업 매출 및 비중 추이. /그래픽=김은옥 기자
식품 사업 해외 매출 비중은 2018년 12.8%에서 2019년 미국 냉동식품 기업 슈완스 인수 후 39.4%로 뛰었다. 이후▲2020년 46.0% ▲2021년 45.6% ▲2022년 46.7% ▲2023년 47.8% ▲2024년 49.2% 등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는 과반 돌파가 유력하다.

CJ제일제당은 현재 해외에서 33개 생산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20개가 미국 공장이다. CJ는 제일제당의 글로벌 도약을 가속하기 위해 2019년 슈완스를 인수했다. 슈완스의 미국 내 물류와 유통망을 활용해 비비고 브랜드의 판로를 넓혔다.

슈완스 인수 후 미국 식품 매출은 연 3000억원대에서 2024년 4조7138억원으로 15배 이상 성장했다. CJ는 올해도 비비고를 중심으로 현지화 전략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미국에서는 만두와 김치, 유럽에서는 냉동밥과 한식 간편식을 주력으로 내세우며 각 지역의 식문화에 맞춘 제품을 선보인다.

북미와 유럽 시장 확대를 위해 8000억원을 투자, 헝가리 부다페스트 근교와 미국 사우스다코타에 신규 공장 건설을 추진키로 했다. 슈완스는 미국 사우스다코타 수폴스에 2027년 완공 목표로 '북미 아시안 푸드 신공장'을 짓는다. 이 공장이 완공되면 북미 최대 규모의 아시안 식품 제조 시설이 된다. CJ제일제당은 이를 바탕으로 현지 만두시장 1위인 비비고의 점유율을 42%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재현 회장은 4월 초 일본을 방문해 "K컬처 열풍은 단순한 유행이 아닌 글로벌 확산의 중요한 기회"라면서 "K컬처를 생활 전반에 녹여 글로벌 도약을 이루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K팝과 드라마뿐만 아니라 식품, 뷰티, 패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K라이프스타일이 확산할 수 있도록 현지화와 글로벌 인프라를 구축을 가속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