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현지시각)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엔비디아는 전 거래일 대비 4.58달러(4.51%) 내린 96.91달러에 거래를 종료했다. 이날 애프터마켓에서도 0.29달러(0.30%) 하락한 96.62달러에 장을 마치며 하락세를 이어갔다.
엔비디아가 종가 기준 100달러 선이 붕괴한 것은 지난 8일(종가 96.30) 이후 8거래일만이다. 엔비디아는 최근 관세 불안과 미·중 무역 전쟁 심화 영향에 급락세를 이어갔다.
엔비디아 주가는 3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보이며 13.63% 하락했다. 최근 일주일 동안은 12.64%, 한 달 동안은 17.66% 떨어졌다. 올해 들어서는 27.83% 감소했다.
최근 미·중 무역 전쟁이 심화하며 반도체 섹터가 집중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엔비디아의 H20칩을 무기로 삼으며 엔비디아가 직격탄을 맞는 모양새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엔비디아가 H20칩을 중국에 수출 시 당국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해당 규제는 무기한 적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H20칩은 미국이 2022년부터 최첨단 반도체 중국 수출을 규제하는 가운데 중국에 합법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최고급 AI칩이이었다. 엔비디아 최신 AI칩인 블랙웰 대비 연산 능력은 낮지만 고속 메모리 및 기타 칩과의 연결성이 뛰어나 슈퍼컴퓨터를 만드는 데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블랙웰에서 사용되는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장착돼 일부 성능도 개선됐다. H20칩은 딥시크가 AI 모델 학습에 사용한 칩 중 하나로도 알려졌다.
시장은 이번 H20칩 수출제한 조치로 엔비디아가 올해 회계연도 1분기(2∼4월)에 55억달러(한화 약 7조8000억원)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재고, 구매 약정, 관련 충당금 등에 따른 비용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엔비디아는 이제 AI 개발을 둘러싼 패권 경쟁을 벌이는 미국과 중국 두 초강대국 사이에 끼이게 된 셈이 됐다"며 "성능이 낮은 칩조차도 중국 시장에 판매하지 못하게 된 것은 무역전쟁이 엔비디아의 비즈니스를 얼마나 흔들 것인지를 보여준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글로벌 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가 휘청이자 그 외 반도체 종목들도 일제히 하락세다. 미·중 무역 갈등과 트럼프 행정부 반도체 규제 여파가 업계 전반에 미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제2의 엔비디아로 불리는 AMD는(21일 기준) 2.22% 하락했다. AMD도 AI칩 MI308이 중국 수출 허가 품목이 되면서 8억달러(약 1조14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브로드컴과 TSMC 주가도 각각 2.80%, 2.56% 하락했다. 반도체 종목들의 모임인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도 2.10% 내렸다.
전문가들은 엔비디아 주가 변동성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중 무역 갈등의 전개가 엔비디아 주가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안소은 KB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반도체 중국 수출 규제 강화에 따른 시장의 충격은 여전하다"며 "트럼프 정부가 예고한 반도체 관세와 수출 규제 강화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낮추긴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박상욱 신영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 주가는 단기적으로 관세와 중국 제재 이슈로 변동 폭이 클 수 있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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