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정치권에 따르면 오는 26일로 예정된 호남 경선을 앞두고 이재명, 김동연, 김경수 후보는 앞다퉈 호남지역 공약을 내놓으며 표심 쟁탈전에 들어갔다. 이날부터 시작되는 권리당원 투표를 의식한 행보다.
민주당 대선주자들이 주말 호남 경선을 앞두고 일제히 '표심 공략'에 나선 것은 호남은 민주당의 '텃밭'을 넘어 당 리더십의 향방을 좌우해온 전략적 요충지여서다. 역대 주요 분기점마다 호남 민심은 흐름을 바꾸는 결정적 변수가 되어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당내 부상을 가능케 했던 것도 2016년 총선에서 국민의당 돌풍을 일으키며 민주당에 뼈아픈 교훈을 안겼던 것도 모두 호남의 선택이었다.
민주당 내부에선 이번 호남 경선 결과가 서울·수도권 승부에 직결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들어 수도권과 호남의 정치적 연계가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도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통상 호남 지지세를 수도권 민심과 연동해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수도권 유권자의 약 30%가 호남 출신이라는 점에서 호남의 선택이 수도권 내 표심 형성에도 간접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우선 이재명 후보는 오는 24일부터 이틀 동안 전북 김제, 광주, 전남 나주를 돌며 순회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김제에서는 '건강한 미래에너지'를 주제로 수소 및 재생에너지 산업 비전을 발표하고 오후에는 광주 전일빌딩을 찾아 '대한민국 민주화를 이끈 시민들'이라는 주제로 당원과 만난다. 오는 25일에는 전남도 농업기술원에서 '미래농업 전초기지 호남' 구상을 발표하며 농업 R&D(연구개발) 강화 구상을 내놓는다.
이 후보가 이처럼 호남 공략에 집중하는 이유는 과거 호남 지역 내 낮은 투표율과 무관치 않다. 2022년 전당대회 당시 이 후보는 전국적으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지만 호남의 당원 투표율은 광주 34.18%, 전북 34.07%, 전남 37.52%로 전국 평균에 크게 못 미쳤다. 최근 전국 순회 경선에서 90% 안팎의 득표율을 기록하고 있는 이 후보가 호남에서도 비슷한 성적을 거둔다면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 구도가 더욱 굳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경수 후보는 세 후보 중 가장 먼저 호남을 찾았다. 지난 22일 전북 전주 민주당 도당을 방문한 데 이어 광주 양동시장을 찾아 지역민들과 접촉면을 넓혔다. 그는 광주가 '처가댁'임을 내세우며 "호남의 사위"라는 정체성을 강조했다. 김 후보는 "지방정부가 자율적으로 예산을 집행할 수 있도록 연 30조원 수준의 예산을 직접 배정하겠다"며 5대 광역권과 3개 특별자치도로 이뤄진 '5+3 균형체제'를 제시했다. "중앙정부에 손 벌리는 '구걸 자치'로는 지역 발전이 어렵다"는 비판도 함께 제기했다.
특히 '2김'(金) 후보는 열세 속에서도 호남 표심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김동연·김경수 두 후보의 득표율을 합쳐도 아직까지 두 자릿수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비록 본선 직행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호남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할 경우 향후 지방선거나 당내 정치적 입지 강화를 위한 중요한 발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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