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 미사가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진행됐다./사진=로이터
'가난한 자들의 신부'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 미사가 지난 26일(현지시각)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2시간10분간 엄수됐다.

교황의 유해는 유언에 따라 바티칸이 아닌 로마 에스퀼리노 언덕에 위치한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에 안장됐다.


오전 10시 십자가와 성모 마리아를 뜻하는 'M'이 적힌 목관이 성 베드로 대성당을 나와 광장의 제단으로 향하면서 미사가 시작됐다. 광장의 조문객들은 박수를 치며 "바로 성인으로(Santo Subito)"라는 존경의 구호를 외쳤다.

장례미사는 추기경단 단장인 이탈리아 출신의 조반니 바티스타 레 추기경이 주례하고, 전 세계에서 모인 추기경과 주교, 사제들이 공동으로 집전했다.

레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대중 속의 교황으로, 모든 이에게 열린 마음을 가진 분"라면서 "난민과 피란민을 위한 교황은 호소는 셀 수 없이 많았고, 가난한 이들을 위해 일하는 데 대한 그의 끈질긴 노력은 변함 없었다"고 했다.


강론 뒤에는 찬송가 합창, 기도문 낭독, 성찬례가 이어졌다.

기도문은 전 세계에서 모인 조문객들을 위해 이탈리아어 외에도 중국어, 독일어, 프랑스어, 폴란드어 등으로 낭독됐다. 교황 장례 미사에서 중국어로 기도문을 낭독한 것은 이번이 최초다.

프란치스코 교황 유해는 전용 차량에 실려 오후 1시께 로마의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에 도착했다. 교황이 바티칸 외부에 안장되는 것은 1903년 선종한 레오 13세 이후 122년 만이다.

앞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2년 6월29일 미리 작성한 유언장을 통해 바티칸이 아닌 로마의 산타 마리아 대성전에 묻히기를 희망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편백나무와 아연, 느릅나무 관을 겹친 3중 관을 쓰던 관례를 거부하고 하나의 목관을 쓸 것도 요구했다. 비문에는 별도 문구 없이 라틴어 교황명인 '프란치스쿠스(Franciscus)'만 적으라고 당부했다.

이날 장례 미사에는 약 25만명이 참석한 것으로 파악됐다.
장례 미사에 참석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바티칸에서 15분간 회동했다./사진=로이터
27일 백악관과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사 전 15분간 회동했다. 지난 2월28일 백악관에서 파국으로 끝난 정상회담 이후 2개월 만의 재회다.

백악관은 "매우 생산적 논의를 나눴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직접 협상이 언급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사 종료 이후 소셜미디어를 통해 "좋은 만남이었다. 논의된 모든 것에 대한 결과를 기대하며, 우리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완전하고 무조건적 휴전을 이루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양국 정상 회동에는 우크라이나 지원 국가 모임인 '의지의 연합'을 이끄는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장례 미사를 시작으로 오는 5월4일까지 이어지는 '노벤디알리'로 불리는 9일의 애도기간에 성 베드로 광장에서는 매일 추모 기도회가 열릴 예정이다. 노벤디알리가 끝나면 본격적인 콘클라베 국면으로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