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미성년 계좌는 월평균 4000여개 이상의 증가세를 보이며 1년간 약 5만여개 이상이 새로 개설된 것으로 나타났다.
두 증권사의 평균 계좌 수는 2024년 3월 약 23만7097개에서 올해 3월 26만7785개로 증가했다. 특히 2024년 6~7월과 2025년 3월 등 일부 시기에는 월간 5000개 이상이 증가하며 자녀 증여 수요나 신학기 준비와 맞물려 계좌 개설이 집중되기도 했다.
이 같은 추세는 단순한 계좌 수 증가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는 게 증권업계의 시각이다. 자녀의 미래 자산 형성을 선제적으로 준비하려는 부모 세대의 수요, 금융을 가르치려는 교육적 접근이 함께 작용하면서 미성년 주식 계좌 개설이 증가한다는 분석이다. 과거에는 일부 자산가들의 증여 수단쯤으로 여겨졌던 '미성년자 주식계좌 개설'이 현재는 대중적 현상으로 확대된 것이다.
━
투자 종목은 '빅테크+ETF' 집중…삼성전자·테슬라·S&P500 쏠림━
NH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 자료에 따르면 미성년자 국내주식 보유 순위 1위는 삼성전자(19.9%)로 전체 국내주식 보유 금액의 5분의 1가량을 차지했다. 보유 계좌 수 비중은 무려 41.6%에 달해 2명 중 1명꼴로 삼성전자를 담은 셈이다. 이외에도 삼성전자 우선주(10.9%), 카카오(10.5%), NAVER(4.8%), SK하이닉스(3.3%) 등이 뒤이었다.
팔란티어는 미성년 투자자의 포트폴리오에서 눈에 띄는 종목이다. 이 기업은 단순한 빅테크 기업이 아니라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정부와 기업의 전략적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AI 기반 데이터 플랫폼' 기업으로 분류된다. 단기 수익보다는 장기 성장성과 산업적 파급력을 고려한 선택이라는 점에서 단순한 거래를 넘어 미래 사회의 정보 구조와 기술 인프라에 주목한 투자 전략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ETF 투자도 빠르게 자리 잡았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S&P500'과 'TIGER 미국나스닥100' 삼성자산운용 'KODEX 미국S&P500' 등 미국 대표 지수를 추종하는 ETF들이 국내 상위 보유 종목에 다수 포함됐다. 상대적으로 높은 위험을 감수하기보다는 검증된 글로벌 대형주와 지수에 안정적으로 분산 투자하려는 전략을 선호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해외주식 투자 패턴도 유사했다. 테슬라(16.2%), 엔비디아(10.7%), 애플(7.9%) 등 미국 초대형 테크기업들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특히 테슬라는 6727개 미성년자 계좌에 편입돼 있으며 해외주식 보유 잔고 중에서도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미성년 계좌 개설 증가가 단순한 숫자 이상으로 '금융시장 진입 연령'을 빠르게 낮추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금융 이해력 향상과 자산 형성에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성장성과 안전성을 모두 고려하는 투자 패턴이 미성년 투자자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정착되고 있어 ETF를 통한 분산투자 접근이 점점 보편화되고 있는 흐름"이라고 덧붙였다.
━
전문가 "장기투자로 금융 이해력 높일 기회"… 금융교육 병행 필요━
다만 전문가들은 현재 미성년 투자 계좌의 상당수가 부모 명의로 관리되거나 부모의 판단에 의해 운용된다는 점을 짚었다. 앞으로는 단순한 계좌 개설을 넘어 미성년자 스스로 금융 상품을 이해하고 장기적 투자 전략을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체계적 금융교육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재영 금융투자교육원 원장은 "미국을 포함한 주요 선진국들은 금융교육을 단순한 선택이 아닌, 사회 진출 전 반드시 갖춰야 할 기본 소양으로 보고 있다"며 "특히 미국은 50개 주 중 25개 주에서 고등학교 졸업 전까지 개인 금융교육을 의무화하고 있는데, 이는 청소년들이 실생활에 필요한 금융 이해력을 미리 갖추도록 돕는 정책적 어젠다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도 실생활 속 금융 이슈가 커지면서 금융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으며 내년부터 고등학교 선택과목으로 '금융과 경제생활'을 신설해 공교육 안에 금융교육을 정착시키려는 시도를 시작한 점은 긍정적"이라고 했다.
금융교육이 실효성을 갖추기 위해선 현장 안착을 위한 과제도 함께 풀어나가야 한다. 이와 관련해 한 원장은 "금융 수업이 입시 중심 교육 속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교사의 전문성을 높이고 학교 차원의 관심이 필요하다"며 "고등학교뿐 아니라 초·중학교부터 금융교육의 기초를 마련할 수 있도록 사회적 인식 개선과 교육 인프라 확대도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재테크 경제주간지’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