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순찰대가 안전지킴이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일 서울 광진구 아차산역 부근에서 반려견 순찰대 활동을 하고 있는 조해정씨와 반려견 스타. /사진=이다빈 기자
"반려견과 순찰하다가 길가에 누워있는 할아버지를 발견하고 112에 신고했어요. 평소였다면 '누군가가 돕겠지'라는 마음으로 지나쳤을텐데 평소와 다른 저를 발견한 순간이었습니다."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서 반려견 순찰대로 활동하고 있는 조해정씨(32)는 반려견 스타(6)와 함께 순찰대로 참여하면서 지역 사회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고 말했다. 조씨는 반려견과 함께 광진구의 안심벨 100여개를 직접 점검한 공로를 인정받아 2023년 말 서울특별시경찰청장으로부터 감사장도 받았다.


조씨는 "처음에는 공고를 보고 호기심에 지원했지만 지금은 순찰대 활동을 통해서 우리 동네에 대한 애정이 커져서 뿌듯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순찰하면서 자주 마주치는 동네 어르신들도 대견하다고 칭찬할 때가 많다"고 덧붙였다.

반려견 순찰대는 반려견과 산책하면서 주변의 위험 요소를 살펴보고 112와 120에 신고하는 주민 참여 순찰 활동이다. 2022년 서울시에서 64팀으로 시작해 지난해에는 1704팀으로 확대했다. 서울 자치경찰 위원회에 따르면 서울에서 활동한 반려견 순찰대는 지난 1년 동안 총 8만7411회를 순찰하며 112신고 476건, 120신고 4053건을 기록했다. 지역 사회의 긍정적인 반응이 높아지면서 경기 과천·수원, 대구, 부산 등 전국 지자체로 확산하는 추세다.
2일 오후 서울 노원구 불암산 공원에서 권순아씨가 반려견과 순찰하고 있다. /사진=이다빈 기자
서울 노원구 불암산 부근에서 반려견 순찰대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권순아씨(49)도 순찰 활동에 참여하면서 전보다 동네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권씨는 "전에는 그냥 지나쳤을 길가의 작은 문제들도 이제는 가까이 가서 살펴보고 신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씨는 "밤 10시 이후에 노원구 학원가를 돌며 학생들의 귀가를 돕거나 지역 내의 안심벨 등의 시설물 점검을 하고 있다"며 "마주치는 시민들이 반겨주시고 기특하다고 칭찬하실 때 뿌듯하다"는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2일 오후 서울 노원구 불암산 부근에서 권순아씨와 반려견이 순찰 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이다빈 기자
살아있는 CCTV…'범죄 예방 효과 높아'
일각에서는 반려견 순찰대가 치안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회의적인 시선도 있지만 범죄예방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말 발표된 논문 '반려견 순찰대 활동이 범죄 불안감 감소에 미치는 영향'의 연구자 한효민씨는 범죄 예방 효과를 강조했다.


한씨는 "범죄 예방에 대한 단일한 수단이 없는 이유는 범죄의 발생 원인과 경로가 다양하기 때문"이라며 "반려견 순찰대가 직접적인 도움은 어렵더라도 예방 차원에서 작은 도움이라도 된다면 보다 더 탄탄한 방범 체계에 충분히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반려견 순찰대의 형광 유니폼이 주는 시각적 효과를 강조했다. 한씨는 "연구하는 과정에서 시민들이 형광 유니폼을 입은 보호자와 반려견의 모습을 긍정적으로 느낀다고 응답했다"며 "형광 유니폼이 지역 주민들에게 주는 신뢰감과 안정감이 크다"고 분석했다.

해당 논문에 따르면 반려견 순찰대가 실질적으로 범죄 불안감 감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씨는 일종의 '동적인 셉테드'(CPTED, 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라고 평가했다. 셉테드는 단순한 감시 강화나 범죄 단속이 아니라 공간과 구조 자체를 범죄 예방에 유리하게 설계하는 것을 말한다.

한씨는 "기존의 셉테드는 가로등, CCTV 등을 통해 구현됐는데 이는 지자체가 주도해 일방적이고 고정적으로 설계된다는 한계가 있다"며 "반면 반려견 순찰대는 공간의 한계를 넘어 시간성도 갖추고 있으며 주민 참여를 통한 유동적인 범죄 예방 시스템"이라고 덧붙였다.
"금전적인 지원보다 행정적인 지원 필요해"
반려견 순찰대는 시행된 지 3년 정도 경과했다. 아직 초기단계인 만큼 개선할 사항들이 남아있다. 순찰대 참여자들은 금전적인 지원보다 행정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조씨는 "봉사활동인 만큼 금전적인 지원보다는 행정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구청마다 담당자가 생겨서 활동을 체계적으로 지원해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권씨는 "구청의 동물복지과 등과 함께 협업할 기회가 확대되면 좋겠다"며 "구청 건물에서 회의할 때 반려동물 출입이 금지된 점도 아쉽다"고 토로했다. 이어 "다른 참여자분들 중에 지역 관할 경찰서에서도 이 제도를 잘 몰라서 당황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적극적인 홍보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려견 보호자들이 산책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활동이다 보니 실질적으로 위험한 골목길이나 우범지역으로의 순찰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효민 연구자는 반려견 순찰대가 주로 주요 대로나 안전한 장소에서 순찰한다는 한계를 짚으면서 실제로 순찰이 필요한 취약 지역에 대한 순찰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한씨는 "연구를 진행하면서 참여자들을 만나보니 유니폼에 대한 반려견주들의 선호도가 굉장히 높았다"며 "골목길 등 우범지역을 다니는 반려견 순찰대에게는 기존의 유니폼과 차별화되는 유니폼을 제공하는 유인책이 있을 것 같다"고 제시했다. 또 "반려견 순찰대에 대한 홍보가 늘고 미디어에서의 관심이 높아진다면 순찰 활동이 일종의 챌린지로 작용해서 활동 범위가 넓어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