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경기 안양 소재 한 카페에서 만난 이씨는 올해 초부터 결혼 준비를 시작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예식장과 신혼여행과 관련된 내용은 예약을 마치고 웨딩 사진 촬영과 상견례, 신혼집 계약 등을 준비하고 있는 단계다. 욕심을 어느 정도 내려놓고 평범한 중산층이 하는 방식으로 결혼할 계획이라고 밝힌 이씨는 "그럼에도 결혼 준비 비용만 수천만원에 달해 감당하기 만만치 않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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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 소리' 나는 결혼 비용… "욕심 버려도 부담 커요"━
집값은 더 큰 문제다. 결혼 준비의 경우 예비부부가 일부 사항을 포기하면 어느 정도 비용 절감이 가능하지만 집값은 기본적으로 수억원에 달해 감당하기 쉽지 않다. 직장이 있는 안양을 벗어나 경기 외곽에서 집을 구하기에는 특정 지역, 일정 기간 거주 시 청약 우선권 등을 제공하는 지방자치단체 정책을 포기하기 힘들다고 이씨는 설명했다.
이씨는 "반지하 단칸방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하려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30평대 아파트를 원하는 것도 아니다"며 "어느 정도 욕심을 버리고 방 2개에 화장실 1칸 정도 있는 적당한 집을 구하려고 하는데 집값이 워낙 높다 보니 부담이 크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파트·빌라·오피스텔 등 여러 곳을 살펴보고 있으나 모두 감당하기 만만찮다"며 "은행이 평범한 월급쟁이 직장인인 저에게 주택 마련 자금을 충당할 수 있을 정도로 대출을 많이 해줄지, 해준다더라도 제가 갚아낼 여력이 있을지 걱정된다"고 부연했다.
통계에서도 이씨가 받는 경제적 압박을 엿볼 수 있다. 하나금융연구소가 발간한 '대한민국 금융 소비자 보고서 2025'에 따르면 현재 결혼을 준비하는 결혼 예정자는 결혼 비용(주택 마련 비용 포함)으로 2억2541만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3년 내 결혼한 신혼이 평균 2억635만원을 지출한 점을 고려하면 매년 결혼 비용이 1000만원씩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주택 가격이 높은 서울·수도권의 경우 광역시 거주자보다 결혼 자금이 25% 더 필요한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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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보육도 문제… "내실 있는 국가 만들어 달라"━
이씨는 "제가 육아휴직으로 자리를 비운만큼 팀원들의 업무 강도가 강해질 것이 분명해 직장 눈치를 안 볼 수 없다"며 "육아휴직 급여액 상한 등 금전적인 지원도 좋지만 제가 일하더라도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게 근본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기업에 도입된 유연근무제를 확대해 아이가 유치원 등·하원할 때만이라도 함께 할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유연근무제 확대를 이끌 방법으로는 "유연근무제 도입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자"고 제안했다.
신혼부부의 부담을 줄여줘야 저출산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이씨는 전망했다. 그는 "1990년대 초반에 태어난 사람들이 아이를 많이 낳아야 출산율이 반등할 수 있다는 취지의 글을 본 적 있다"며 "아이를 여러 명 낳아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면 출산율은 자연스럽게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출산율 상승을 목표로 세우는 것이 아닌 행복한 삶이 목표가 되고 출산은 행복을 위한 수단이 돼야 하는데 지금은 주객이 전도된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이씨는 국가 차원에서 신혼부부를 많이 지원할 예정인 대통령 후보에 표를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결혼해 가정을 꾸리고 출산이나 육아 쪽에 더 힘을 실어주는 정책이 추가로 생겼으면 좋겠다"며 "국민이 기분 좋게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겉보기에는 한국이 경제 대국으로 보이지만 내부에서는 저출산 등의 문제가 심하다고 본다"며 "다음 대통령은 사회적 갈등을 줄이고 각 가정이 행복한 '내실 있는 국가'로 대한민국을 만들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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