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리포트] ②한화에어로는 왜 '차입' 대신 '유상증자'를 택했나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대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한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가 지난 3월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대규모 차입 대신 유상증자를 택한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글로벌 방산시장에서 신용등급이 수주 경쟁력을 좌우하는 만큼 신용도에 영향을 주는 차입보다 유상증자가 합리적인 선택이었다는 분석이다.

세계적인 방산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회사가 목표한 중장기 투자 자금은 10조원이 넘는다. 이는 단순 차입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며 무리한 차입은 재무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어 유상증자가 불가피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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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학적 리스크 속 선제적 투자로 기회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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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에어로는 2028년까지 해외생산 거점 확대와 마더 팩토리 구축을 위해 11조원가량을 투자할 예정이다. 사진은 K239 천무 모습./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5년부터 2028년까지 11조원을 투자해 해외 생산 거점 확대와 마더 팩토리(Mother Factory) 구축에 나선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글로벌 지정학적 긴장이 지속되는 상황 속에서 위기를 기회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글로벌 방산·조선해양·우주항공 톱-티어'로 도약하겠다는 것이다.


유럽연합(EU)은 최근 4년간 8000억유로(약 1200조원)에 이르는 방위비 확대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미국과 한국 등 방산 파트너들과 협력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지만, 유럽 전체 재무장을 위해 유럽 내 생산 역량과 연계되어야 한다는 '바이(Buy) 유러피안' 정책을 강조한다. 글로벌 방산 기업들의 유럽 현지 생산시설 확보가 시급해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역시 1~2년 내 폴란드를 포함한 유럽 지역에 단독 또는 합작 형태로 현지 생산시설을 구축할 필요성이 커졌다. 시기를 놓칠 경우 시장 진입이 차단돼 글로벌 경쟁력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유럽 방산 블록화, 선진국 경쟁 방산업체들의 견제를 뛰어넘기 위한 투자가 절실한 상황"이라며 "실기는 곧 도태라는 각오로 대규모 투자를 통해 더 큰 도약을 준비해야 할 때"라고 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목표한 투자금 11조원 중 3조6000억원은 유상증자로 조달하고 나머지 7조4000억원은 금융기관 차입과 영업 현금흐름 등을 통해 확보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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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등급, 수주 경쟁력과 직결… 부채 관리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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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신용등급은 수주 경쟁력과 직결된다. 대규모 차입으로 자금을 조달할 경우 재무비율이 악화되고 사업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사진=한화그룹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관련해 자금 동원력이 충분한 회사가 유상증자를 선택해 주주가치를 훼손한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재무건전성을 고려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시가총액 40조원을 넘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기업 규모 대비 자기자본 비율이 낮은 편이다. 지난해 말 별도재무제표 기준 부채는 13조8000억원, 자기자본은 3조5000억원으로 부채비율이 393%에 이른다. 해외 수주 확대 시 선수금이 부채로 잡히는 만큼 향후 부채비율은 계속 늘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재무 부담이 가중되는 가운데 차입을 통한 자금 조달은 한계가 있다.

시급한 과제 중 하나인 신용평가 등급 제고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현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국내 신용등급은 AA-로 우량 기업 기준 마지노선에 해당한다. 글로벌 신용평가 기준으로는 투자 부적격 등급인 BB~BB+ 수준이다. 라인메탈 등 글로벌 경쟁사의 신용등급이 BBB+에서 A-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투자적격등급인 BBB-이상으로의 신용등급 상향이 반드시 필요하다.

글로벌 방산시장에서 신용등급은 수주 경쟁력과 직결된다. 계약 후 수년에서 수십 년간 진행되는 방위사업의 특성상 재무 건전성과 신용등급은 기술력 못지않게 중요한 평가 항목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차입 대신 유상증자를 선택한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차입으로 자금을 조달할 경우 재무비율이 악화되고 이자 비용도 크게 증가한다. 이자 비용과 재무 부담은 신용도 하락으로 이어지고 이는 글로벌 사업경쟁력 저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26년 만의 유상증자를 통해 부채비율을 보다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자본 확대를 통한 재무 안정성을 바탕으로 해외 수주 경쟁력 확보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적인 성장으로 투자자들에게 배당 확대 등 이익을 환원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