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17일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인근 화장실에서 한 남성이 이유없이 흉기를 휘둘러 23세 여성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의 피의자인 김모씨가 2016년 5월19일 오후 서울 서초경찰서에서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중앙지법으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 /사진=머니투데이
2016년 5월17일 오전 1시5분쯤 서울 서초구 강남역과 신논현역 사이에 위차한 한 건물 화장실에서 23세 여성이 흉기에 찔려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의자 김모씨(당시 34세)는 범행 전날 밤부터 해당 건물에 숨어 있었다. 그가 범행을 저지르기 전 남성 6명이 화장실에 출입했으나 이들에게는 어떤 물리적 행동도 하지 않았다. 김씨는 여성이었던 피해자 A씨가 화장실에 들어오자 가슴 부위를 흉기로 마구 찔러 살해했다. 김씨는 범행을 위해 화장실에서 무려 1시간30분 대기했다.


김씨는 사건 발생 약 10시간 후인 오전 10시쯤 체포됐다. 김씨는 범행을 부인하다가 약 6시간 만에 인정했다. 그는 일면식 없던 A씨를 무참히 살해한 범행 동기에 대해 "평소 여자들이 날 무시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여성 혐오 범죄'로 알려지며 사회적 충격을 안겼다.
여성 혐오 범죄? 묻지마 범죄?
검찰은 김씨의 정신질환 병력을 근거로 그의 범행이 여성 혐오 범죄라고 보기 어려우며 전형적인 피해망상 조현병(정신분열증)에 의한 '묻지마 범죄'라고 판단했다.

김씨 휴대전화에서 여성혐오 관련 검색어나 자료가 발견되지 않았고 과거 한 차례 여성과의 교제 경험이 있다. 성인물을 종종 보기도 했으며 유흥업소에서 여성을 만나려 했던 적이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김씨가 여성에 대한 반감과 공격성을 보인 건 맞지만 '여성들에게 피해당하고 있다'는 망상 증세가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또 검찰은 당시 김씨가 정신질환으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2008년 정신 분열 진단받은 후 2015년까지 4차례나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다. 병무 신체검사에서 신경증적 장애 4급 판정받고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했다. 범행을 저지르기 넉 달 전인 2016년 1월, 김씨는 정신병원에서 퇴원한 후로 약을 제대로 먹지 않아 증상이 악화한 상태였다.
사진은 2016년 5월20일 강남역 10번 출구에 추모 포스트잇과 꽃다발이 이어진 모습. /사진=머니투데이
"내가 이렇게 인기 많았나"… 재판서 웃음 보여
김씨는 검찰 수사를 받을 때 표면적으로는 '미안하다'는 감정을 내비치긴 했으나 죄의식이나 반성의 기미를 찾아볼 수 없었다. 실제로 김씨는 현장검증 때 심정을 묻자 "그냥 뭐 담담하다. 차분하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유남근) 심리로 진행된 1심 공판기일에서는 김씨가 "기자들이 많이 온 것을 보니 내가 이렇게 인기가 많고 유명 인사인 줄 몰랐다"고 말해 공분을 사기도 했다.

검찰은 김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으나 1심 재판부는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동시에 치료감호와 20년의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도 명령했다. 국선 변호인의 접견을 거부하며 도움 없이 재판받던 김씨는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숨진 여성분에게 면목이 없고 마음이 아프지만, 반성이나 후회 같은 마음은 들지 않는다"며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2017년 4월13일,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김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 부모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받아 김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했다. 2017년 8월22일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은 김씨에게 A씨 부모가 이미 받은 범죄 피해구조금 7000여만원을 제외한 5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사건 이후 강남역 10번 출구에는 A씨를 추모하는 포스트잇과 꽃다발이 이어졌다. 이는 '강남역 여성 혐오 살인사건'으로 불리며 여성 대상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높였다. 이후 스토킹 처벌법 제정 등 관련 법률의 강화로 이어졌으며 여성의 안전과 권리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해지는 계기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