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 회계법인에서 ESG경영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는 박동현씨(가명·24)씨의 이야기다. 정부와 기업 간 불협화음이 나면 투자가 위축되고 사업 방향성이 모호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16일 만난 박씨는 "기업이 사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 회사 공급망의 투명성, 사내 윤리 및 정보보안 등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며 "쉽게 말해 ESG경영 자문을 맡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서울 관악구 동천동에서 자취하고 있는 박씨는 오전 7시에 일어나 샤워를 한 뒤 오전 9시까지 출근한다.
그는 "우선 ESG경영 강화 프로젝트를 수주한 대기업 등 고객에게 온 메일을 확인한다"며 "내용은 주로 현재 진행 현황이나 관련 자료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이어 "매년 상반기에는 각 기업이 ESG 보고서를 발간하는데, 이 작업을 최근에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면서 "유럽 등 해외 공시표준에 맞춰 기업이 공시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퇴근은 보통 오후 6시다. 하지만 오는 6월까지는 기업 공시 기간이라 야근이 잦은 박씨다. 때로는 자정까지 밀린 작업을 마친 뒤 귀가하기도 한다.
박씨는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 역시 마찬가지로 'ESG'라는 개념 자체가 중·장기적인 의미"라며 "기업의 지속적인 노력과 더불어 이를 위해 정부가 방향성을 잘 제시해야 하는 영역"이라고 짚었다.
다만 "최근 미국 트럼프 정부 2기가 들어서며 다시 화석 에너지 사용을 권장하고 신재생 에너지 보조금을 없애는 등 글로벌 정책이 확 바뀌었다"며 "이런 점 하나하나가 기업이 멀리 바라보고 감행한 투자가 재무적 리스크로 바뀌게 되는 계기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도 마찬가지로 지난해 종이 빨대 사용 규제를 강화하다가 다시 플라스틱으로 선회하는 등의 모습이 있었다"며 "환경부발 정책으로 관련 투자 설비 및 스타트업의 피해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꼭 ESG 관련이 아니더라도 이처럼 정책에 일관성이 없으면 신사업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매몰비용이 생긴다"며 "정부가 빠르게, 그리고 자주 방향성을 바꾸면 기업엔 굉장히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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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유동성 줄고 자산가치 늘어… 취업난으로 연결"━
최근 한국사회 문제점으로는 '굳어있는 경제'를 꼽았다.박씨는 "제 주변만 봐도 다들 경제 상황이 더 어려워질 것 같아 저축만 하고 쓸 생각을 잘 하지 않는다"며 "특히 한국은 부동산 자본 비중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편이라서 더욱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주식시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등 여러 영향으로 저평가됐다"면서 "주식이 장기적으로 우하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어 귀납적으로 우상향인 부동산으로 몰리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현금이 묶이면 자금 조달이 어려워 신사업 투자 및 R&D(연구개발) 등에 힘을 쓸 수 없게 된다"며 "이는 자연스럽게 고용창출의 걸림돌 중 하나가 된다"고 했다.
또 "청년세대는 취업도 못 하고 집도 사지 못하는 사면초가 상태"라며 "부동산 등 국내 자산의 가치가 소득 대비 너무 높아져 특히 청년층이 레버리지나 비트코인 등 하이리스크 상품에 매몰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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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기업 '하모니' 필요… 시급한 정책 추진 지양해야━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정책 추진 과정에서 아쉬움을 남겼다고 봤다.박씨는 "사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했던 대표적인 정책은 의대 증원과 R&D 예산삭감을 꼽을 수 있을 것"이라며 "5000만명의 모든 국민이 영향을 받는 중요한 정책을 급격히 바꾸다 보니 타격이 컸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해당 정책에 대한 판단은 사람마다 가진 생각과 이념에 따라 의견이 갈릴 것"이라면서도 "최소한 사람들이 적응할 수 있는 시간과 관련 부처 관계자들의 조언을 모두 고려했어야 한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6·3 조기 대선으로 당선될 다음 대통령에게 바라는 점은 '차가운 머리'와 '따뜻한 마음'이다.
그는 "차가운 머리와 따뜻한 마음은 경제학에서 많이 쓰이는 말"이라며 "대통령으로서 판단은 명확하고 냉철하게 하되 그 안에 모든 고민을 수용할 수 있는 심장을 가졌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어 "우선 사람의 그릇이 커야 한다"며 "담을 수 있는 공간이 넓어 여러 의견을 잘 조율할 줄 아는 사람이 지금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실 가능성 있으며 중요한 정책들에 한해 많은 관계자와 충분히 조율하는 과정을 꼭 거쳐야만 한다"며 "단발성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5~10년 뒤에도 해당 정책이 이어져 기업과 개인이 정부의 방향성을 신뢰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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