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5년 만에 월 1만건을 기록한 가운데 강남권을 중심으로 상승 거래가 속출했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뉴시스
금리 인하와 대출 규제 완화, 재건축 기대감이 맞물리며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5년 만에 1만건 이상을 기록했다. 강남권을 중심으로 신고가 거래가 속출한 배경에는 가계대출 증가세도 있다.

19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날까지 신고된 서울 아파트 3월 거래량은 1만4건으로 1만건이 넘었다. 이는 2020년 7월 1만1154건을 기록한 이후 4년8개월 만이다. 강남·서초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 고가 지역에서 가격 상승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특히 재건축 단지에서 신고가 행진이 이어졌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11차 아파트 전용 183㎡는 지난해 5월 75억원(11층)에 거래됐으나, 올 3월 99억5000만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경신했다.

압구정동 현대8차도 전용 111㎡가 지난해 4월 38억원(3층)에서 지난 4월 56억5000만원(2층)으로 1년 만에 18억5000만원 상승했다. 동일 단지 전용 163㎡는 지난해 12월 64억5000만원(4층)에서 올해 4월 75억원(7층)으로 각각 최고가를 새로 썼다.

서울시는 지난 2월 강남권의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를 일시 해제해 3월 거래가 1만건 이상을 기록했다가 3월 24일 이후 강남·서초구에 대한 토허제 확대 방침을 밝히면서 4월 거래는 다시 4941건으로 절반 이상 떨어졌다. 다만 4월 거래는 신고 기한이 이달 말까지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DSR 규제 3단계 앞두고 매수세 집중
사진은 19일 서울 시중은행 대출창구 모습. /사진=뉴스1
거래량은 줄었지만 상승 거래의 비중은 늘었다. 강남구는 토허제 해제 기간 동안 상승 거래 비중이 71%였으나 토허제 확대 지정 이후 73%로 소폭 상승했다. 강북 고가 지역도 상승 거래 비중이 증가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상승 거래 비중은 ▲마포 62%→70% ▲용산 62%→67% ▲성동 59%→64% ▲양천 60%→70% 등으로 증가했다.


이 같은 거래 증가의 배경에는 지난해 말 시작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와 함께 정부의 대출 규제 완화 기조가 있다. 다만 오는 7월부터 시행되는 3단계 스트레스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강화에 따라 대출을 미리 받아 주택을 매수하려는 수요가 늘어난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은 연초부터 증가세를 보여 ▲2월 3조931억원 ▲3월 1조7992억원 ▲4월 4조5337억원 등으로 늘었다. 대출 항목별로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포함) 잔액은 4월 말 기준 591조1678억원으로, 전달보다 1조7378억원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금리 변화와 규제에 따른 매수세가 몰린 것으로 보고 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WM사업부 ALL100자문센터 부동산 수석위원은 "금리 인하 영향과 좋은 입지의 아파트에 대한 투자 심리가 작용하면서 매수세가 살아났다"고 분석했다. 이어 "서울 외곽 재건축 예정 단지 등은 향후 정부나 지자체 지원이 없으면 양극화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 아파트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서울 주택 수요가 증가하고 공급 기반이 없어 집값 추가 상승도 우려된다"며 "현재 거래 증가 현상은 구조 회복보다 공급 부족에 따른 과열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