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후보는 '노동이 존중받고 모든 사람의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를 실현겠다고 공언하며 '노동자 친화' 공약을 내놓았다. 대표적으로 노란봉투법, 주 4.5일 근무제, 근로 감독 강화, 정년 연장 등이 있다.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10대 공약에도 "일하는 사람이 주인공인 나라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김 후보는 '기업 하기 좋은 나라, 일하기 좋은 나라'를 1호 공약으로 내세우며 일자리 창출과 기업 자율성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 노동 분야 공약을 별도로 발표하지 않은 데다 노란봉투법은 '위헌', 중대재해처벌법은 '악법'이라는 반노동 발언으로 노동계로부터 뭇매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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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 : "노조 권리 확대" vs "기업 존립 위협"━
김 후보는 "헌법에도, 민법에도 어긋나는 위헌적 법안"이라며 노란봉투법을 반대했다. 불법행위에 가담한 개별 책임자들의 귀책 사유나 기여도를 따져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법안 통과 시 대기업이 수많은 하청업체의 쟁의까지 모두상대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들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후보가 추진하는 노란봉투법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란봉투법은 실질 고용인의 입장에서 보면 굳이 법으로 명시하지 않아도 되는 내용이었다"며 "하지만 법원이 실질 고용에 따른 하청 노동자에 대한 교섭권을 인정하지 않는 등의 판결을 내리면서 제도적 공백을 메우기 위한 법 개정이 불가피해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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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 단축 : "주 4.5일제, 법으로 단축" vs "주 4.5일제, 유연근무로 실현"━
근로기준법에 포괄 임금제를 금지하는 규정을 명문화하겠다고도 했다. 포괄 임금제는 시간 외 근로 수당을 실제 근로시간과 관계없이 급여에 미리 포함해 지급하는 방식이다. 실제 일한 시간보다 급여를 적게 주는 수단으로 악용될 여지가 있다.
김 후보는 근로시간 총량은 유지하되 근무 형태를 유연화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를테면 월~목요일은 하루 9시간, 금요일은 4시간만 일하는 식으로 주 40시간을 유지하되 근무일수를 줄이는 방식이다. 현행 주 52시간제의 유연화와 함께 고소득 전문직에 대해선 주 52시간제 예외를 적용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최장 근로국가'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 한국의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획기적인 해법이 필요하다는 데 대체로 공감했다. 다만 단순히 법정 근로시간을 줄이기보다는 '실제 근로시간' 단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 공통된 지적이다.
김성희 고려대학교 노동대학원 교수는 "한국은 적은 인력으로 최대의 효율을 끌어내는 구조에 익숙해져 있는데 그 관성을 깨기 싫어서 주 4.5일제 같은 절충안을 내세우는 것"이라며 "정작 필요한 것은 기준 노동시간 자체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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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연장: "단계적 정년 연장" vs "청년 고용에 영향 미쳐"━
반대로 김 후보는 청년 고용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법정 정년 연장에 반대했다. 김 후보는 대기업 신입 공채 도입 장려와 청년 창업 지원, 대학교육 혁신 등을 통해 양질의 청년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고령층 정년 연장이 청년 일자리와 어떤 관계를 갖는지에 대한 학계의 의견은 갈린다. 일부는 정년 연장이 청년층 고용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보고 다른 일부는 양 세대 간 일자리 충돌 가능성을 우려하면서도 정책적 필요성을 인정한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년 연장과 임금피크제의 연관성을 분석했지만, 청년층 고용과의 직접적인 관계는 뚜렷하지 않았다"며 "실제로는 정년에 도달하기 전인 50대 중후반에 퇴직하는 경우가 많아 공공부문을 제외하면 정년 연장이 노동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경제학 교수는 "고령층의 정년 연장은 청년층 일자리와 어느 정도 충돌할 수밖에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연금 수급 시점이 늦춰지고 기대수명이 길어지는 상황에서 일정 수준의 정년 연장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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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과 근로 감독 : "강화·감독 확대" vs "처벌보다 예방 중심"━
이 후보는 중대재해처벌법을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법적 장치로 보고 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지방 공무원에게 노동 관련 특별사법경찰권(특사경)을 부여하고 근로감독관을 증원하자는 입장이다. 노동 사건을 전담하는 노동법원 설립도 공약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예방보다 처벌에 초점을 맞춘 중대재해처벌법의 방향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사람이 죽은 뒤에 사업주를 처벌한다고 해서 사고가 줄어드는 것이냐"며 "처벌 중심보다는 예방 중심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소규모 중소기업에까지 이 법을 똑같이 적용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가"라며 "사장이나 회장이 아무것도 모르는 경우에도 무조건 구속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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