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선 후보들의 외교·안보 공약 비교. /그래픽=김은옥 기자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재명(더불어민주당), 김문수(국민의힘), 이준석(개혁신당) 대선 후보는 모두 한목소리로 '안보 강국'을 외치고 있지만 접근 방식은 차이가 있다. 이재명 후보는 '평화와 실용' 기조 아래 한반도 긴장 완화와 경제안보를 강조했다. 반면 김문수 후보는 '힘에 의한 평화', 즉 '핵 억지력 확보'를 최우선으로 하는 안보관을 전면에 내건다. 이준석 후보는 정부 시스템 개혁 차원에서 병역제도 개선과 통일부 폐지 등의 이슈를 부각했다.

이처럼 세 후보의 외교안보 공약 키워드는 이재명 '실용', 김문수 '이념', 이준석 '시스템'으로 요약된다. 세 후보 모두 한미동맹의 중요성, 국방력 강화, 안보 관련 조직 개편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북핵 해법과 동맹 운영 방식에 관한 인식 차이가 뚜렷해 향후 정책 방향에 큰 차이를 예고한다.
이재명 '평화적 비핵화' VS 김문수 '핵무장 대응'… 대북정책의 향방은
대북정책 및 핵공약 비교. /그래픽=김은옥 기자
세 후보의 안보전략이 극명한 대비를 이루는 부분은 대북정책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에 대해 이재명 후보는 '대화를 통한 한반도 비핵화' 라는 원칙 아래 군사적 긴장 완화와 평화 분위기 조성을 우선하는 입장이다. 남북 간 우발적 충돌 방지 및 상호 신뢰 구축 조치 공약과 더불어 2018년 남북 군사합의(9·19 군사합의)의 복원을 예고했다.


북핵 대응에 대해서는 단계적 위협 감축을 도모한다. 한국형 탄도미사일 및 미사일방어체계(KAMD) 성능 고도화 같은 재래식 억제력 보강 조치를 병행하지만 전술핵 재도입이나 한국의 핵무장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요컨대 '비핵화 대화론'에 입각한 관리 전략으로 풀이된다.

반면 김문수 후보의 북핵 해법은 군사 억제력으로 북핵을 무력화시키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대북 접촉이나 협상보다 북핵 위협을 상쇄할 군사적 수단 확충에 집중한다. '자체 핵잠재력 강화' 를 내걸어 '자체 핵무장론'과 사실상 유사한 효과를 노리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한국형 3축 체계(Kill Chain 선제타격, KAMD 미사일방어, KMPR 대량응징보복)의 능력을 한층 강화하고, 첨단 사이버·전자전 기술과 레이저 요격무기를 개발해 북한 미사일을 발사 전에 무력화하는 '발사의 왼편'(미사일 발사 전 단계에서 미사일을 무력화하는 작전 개념) 역량을 갖추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핵추진 잠수함 개발을 추진해 북한의 SLBM(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 위협에도 대응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준석 후보는 이 분야에서 뚜렷한 언급이 없다. 보다 내치(內治) 이슈에 집중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통일부를 없애고 북한 문제를 외교부 소관으로 통합하려는 방안을 내놓은 만큼 대북 정책도 기존의 이념적 접근 대신 현실적인 관리로 전환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대북 문제는 기존의 제도와 국제 공조를 통해 다뤄질 것이라며 특별한 새 로드맵보다는 현재 구조를 효율화하는 데 주력할 뜻을 보이기도 했다.


손기섭 부산외대 외교학과 교수는 "국제정세에서 안보와 관련해서는 확실한 원칙을 세워두는 것이 중요하다"며 "북한의 경우 이미 핵탄두를 100개 이상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 만큼 명확한 대응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트럼프 2기, 흔들리는 한미 질서 속 '중재 vs 자강 vs 기여'… 대미전략 엇갈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6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카스르 알 와탄에서 열린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트럼프 2기 하에서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환경이 급변한 가운데 세 후보의 대미전략에도 차이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이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개인적 친분을 내세워 한국 정부와 상의 없이 북미 직접거래에 나설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김문수 후보는 기존 한미일 동맹 균열에 대한 경계심을 강하게 드러낸다. 미국의 방위비 분담 증액이나 주한미군 조정 등에 대비해 한국의 자체 방위역량 극대화로 대응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다만 "한미동맹은 거래 대상이 아닌 공고한 가치동맹"임을 천명하면서 필요 시 방위비 증액도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동시에 일본과의 군사협력을 강화해 한미일 공조로 트럼프 행정부를 설득하는 방안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즉 김문수 후보는 트럼프 시대의 변수를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와 한국의 핵심억지력 확충으로 돌파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재명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경험을 살려 미국과 북한 사이 중재자 역할을 자임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을 위해 필요하다면 트럼프-김정은 정상회담을 지지하고, 한국이 다시 촉진자 역할을 함으로써 북미 협상이 한국 안보이익을 침해하지 않도록 관리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과 조율 없이 '대북 빅딜'을 추진할 가능성에 대비해 "한국이 당사자로서 원칙을 세우고 미국과 소통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준석 후보는 트럼프 2기 하에서 미국의 동맹정책 변화에 실질외교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트럼프 2기의 미·중 전략 경쟁 구도 속에서 한국의 가치를 높여 동맹 균열을 막겠다는 계산이다. 정부 부처를 19개에서 13개로 대폭 축소하고 안보부총리를 신설하는 등 행정 효율을 높여 국가 안보역량의 내실을 다지면 기여도를 확대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보람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 연구원은 "2025 미·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은 미국에 대한 자국의 공헌과 향후 기여방안을 제시함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했다"며 "한국도 미국에 기여하고 있는 점에 대해 다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적극 홍보 필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병력은 줄고 위협은 커지는데… 국방 개편 방향은 어디로
해병대 2사단 장병들이 김포시 한강 하구 중립수역 일대 접경지역에서 수제선 주변에 대한 수색정찰을 실시하며, 적의 침투 흔적, 접안 부유물, 철책 이상 유무 등을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인구 절벽으로 인한 병력 감소 위기 속에서 세 후보의 국방 전략도 눈에 띈다. 세 후보 전력 약화에 대비해 조직 개편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지만 병역제도 개편과 첨단전력 투자, 조직 개편 등에서 서로 다른 해법을 내놓고 있다.

특히 병력 유지 해법과 기술투자 방향은 뚜렷하게 갈렸다. 이재명 후보는 정부 주도의 자주국방과 방산 육성을, 김문수 후보는 강경한 핵억제 전략과 병역 기반 확충을, 이준석 후보는 민간 주도의 기술 융합과 조직 효율화를 앞세운다. 같은 위기 인식 속에서 출발했지만 제도 설계와 우선순위는 각기 다른 셈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자주적 방위역량 강화'와 '민주적 통제'를 국방 정책의 핵심 키워드로 내세운다. 계엄 선포권 통제 장치 도입, 참모총장 인사청문회 제도화, 국방부 문민화 등 제도적 견제를 강화하면서, 탄도미사일 성능 향상과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고도화로 자주국방 능력을 키우겠다는 입장이다.

병력 정책에서는 10개월 단기 복무(징집병)와 36개월 장기 복무(모병병)를 선택하는 '선택형 모병제'를 도입한다. 방위산업 분야 병역특례 확대를 통해 숙련 전문 인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AI·드론·레이저 등 첨단기술 중심의 '스마트 군대' 전환과 방산 수출 확대도 함께 추진한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핵억지력 강화'와 '공세적 방위력 확보'에 방점을 찍고 있다. 한미 확장억제 강화, 전술핵 재배치 협의, 핵추진 잠수함 도입 등을 통해 북핵에 대한 확실한 억지력을 갖추겠다는 전략이다. 병력 확보 대책으로는 여군 확대와 군가산점 부활, 예비군 예산 확대 등을 내세운다. 병사 사기 진작을 위한 제도 정비도 강조하고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효율화', '선택과 집중', '기술 혁신'을 앞세운 국방 개편안을 내놨다. 국가안보실 폐지와 안보부총리 신설을 통해 국방 의사결정 체계를 내각 중심으로 재설계하고 4주 기초훈련 이후 우수자를 선발해 단기 간부로 복무시키는 방식으로 혁신하겠다는 계획이다. 병력 전체를 예비전력 중심으로 운영하며, 경찰·소방 공무원 여성에게 군 복무 요건을 부여해 여성 인력도 확보한다. 또 드론·AI·사이버 인재를 민간에서 단기 계약직으로 영입해 국방 혁신과 방산 산업을 동시에 육성하겠다는 방침이다.
뜨거운 'K방산' 공약… '국가 주도 vs 시장 확장 vs 기술 기반'
육군은 지난 22일 해외 주요 방산협력국 장병들을 대상으로 K-무기체계의 전술적 운용을 교육하는 '육군 국제과정' 현장 모습을 공개했다. 폴란드군 교육생들이 교관들로부터 천무의 전술적 운용방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육군
방산 또한 세 후보가 주목하는 전략 산업이다. 세 후보 모두 방산을 미래 국가성장의 핵심 산업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국방 예산 확대와 방산 수출 확대에 공감하고 있다. 특히 국내 방산의 글로벌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또 하나의 외교 '협상카드'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수출 확대와 첨단화라는 공통 목표는 같지만, 국가의 개입 정도와 기술 이전 방식, 산업 생태계 조성 방식은 다르다.

다만 접근에 있어서는 명확한 방향 차이가 두드러진다. 이재명 후보는 정부 주도형 모델을 제시했다. 대통령 직속 방산수출 컨트롤타워 신설, 병역특례 확대, ADD(국방과학연구소) 기술 민간 이전 등 정책 기반의 체계적 지원을 강조한다. '방산이 안보이자 산업'이라는 기조 아래, 민군 융합과 국가 중심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김문수 후보는 시장 확장형 모델이다. 한미 경제안보 동맹 강화, 중동·인도와의 FTA 확대 등을 통해 해외 판로 개척에 방점을 두고, 자율적 경쟁을 유도하는 전략이다. 동시에 전술핵, 핵추진 잠수함 등 전략무기 개발을 통해 기술력 자체로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태도다.

이준석 후보는 기술에 집중할 것이라 발표했다. 민간 스타트업이 개발한 기술을 군이 빠르게 도입할 수 있도록 국방 조달·규제 혁신을 추진하고, 민간 R&D를 군수 시스템에 접목해 방산 생태계 유연성을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국방 예산의 효율적 집행과 민간 기술의 테스트베드로서의 군 활용을 핵심으로 본다.

박영욱 명지대 방산안보학과 교수는 "국방, 외교, 방산은 서로 분리될 수 없는 유기적 영역"이라며 정책 간의 일관성과 전략적 연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방산 수출 실적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는데 전력 강화 없이 수출만 늘리는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수출 확대는 국방력 기반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무인체계 개발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국내는 하드웨어 기반"이라며 "장기간의 노력과 협력이 필요한 분야인 장기적인 비전을 가진 정책과 각 분야 간의 협력을 이뤄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