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이전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외지인 매수세 유입 등으로 세종시 아파트값이 뛰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세종 나성동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이화랑 기자
제21대 대통령선거가 1주 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대통령실 이전 가능성이 커진 세종시의 아파트값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집값 상승을 기대한 매도인들이 매물을 거두고 호가를 올리며 실거래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세종 내 외지인 매수도 가파르게 증가해 단기 시세 변화에 따른 투자 주의가 요구된다.

2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세종특별자치시 나성동 나릿재마을6단지 한신더휴리저브(370가구·2021 입주) 전용 84㎡는 9일 만에 2억원이 올라 거래됐다. 해당 단지 매물은 지난달 10일 8억5000만원(15층)에 손바뀜됐고 이어 19일 동일 면적 10억5000만원(43층) 거래가 신고됐다. 고층 프리미엄을 반영해도 이례적인 급등 현상이다.


나성동 나릿재2단지 리더스포레 전용 84㎡는 지난달 28일 12억8000만원(47층)에 거래됐다.

새롬동 새뜸마을7단지 투머로우시티(1164가구·2017 입주) 전용 84㎡도 8일 만에 5000만원이 올랐다. 해당 단지는 지난달 8일 5억3000만원(5층)에 거래됐다가 16일 동일 면적 5억8000만원(6층) 신고가가 기록됐다.

세종 내에 정주 여건이 좋은 나성·새롬·다정동을 비롯해 저렴한 도담·고운동 등도 아파트값이 급등했다. 고운동 가락마을19단지 동양파라곤(998가구·2019 입주) 전용 59㎡는 지난달 25일 3억5000만원(6층)에 팔렸으나 지난 16일 같은 층이 3억8000만원에 거래돼 3주 만에 3000만원 상승했다.


이 같은 상승은 집값 통계로도 확인된다. 한국부동산원의 5월 셋째 주(19일 기준)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 조사에서 세종은 5주 연속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상승폭은 전주 0.48%에서 0.30%로 둔화됐다.
대선발 세종 집값 과열… 국평 12.8억 '신고가'
세종 내 외지인 매수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데 대해 단기적인 시세 변화만으로 시장 방향성을 단정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은 지난달 세종 나성동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이화랑 기자
부동산 프롭테크 직방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세종시의 상승 거래 비중은 52.7%(1197건 중 631건)에 달한다. 이는 전월(45.3%) 대비 7.4%포인트 오른 수치로 1년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2023년 6월·53.2%)을 기록했다.

외지인 매수 비중도 늘어났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세종 집합건물(아파트·오피스텔·빌라)의 외지인 매수 비중은 40.5%를 기록했다.

세종 부동산 업계는 매도자와 매수자 간 '눈치싸움'이 치열하다고 전했다. 세종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일부 상승 거래가 있지만 매물 수가 적어 거래가 활발하진 않다"며 "호가가 너무 많이 올랐고 대선 전까지는 기대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7월부터 3단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대출 규제가 강해져서 거래가 늘어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단기 시세 변화에 따른 투자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실 랩장은 "공공기관 이전 기대와 저점 인식이 맞물려 매수세 유입이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정책 실현 불확실성과 광역 교통망 등 과제가 남아있고 과거 사례에도 단기 상승 장기 조정이 이어졌던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