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선에선 통신비 인하는 알뜰폰 활성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국민 데이터 안심요금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정부는 지난 2월 알뜰폰 도매대가를 낮춰 1만원대 20GB 종량제 요금제가 출시됐지만 QoS(기본 제공량 소진 후에도 추가 요금 없이 제한된 속도로 데이터를 계속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지원하지 않아 데이터 초과에 대한 우려가 컸다. 이 후보는 QoS를 알뜰폰 요금제에도 보장해 고객들의 불만을 해소하겠다는 복안이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올해 3월 사라진 망 사용 도매대가 사전규제를 다시 꺼내들었다. 통신사로부터 망을 빌려쓰는 알뜰폰 업체들은 망 사용 도매대가에 따라 요금 수준을 결정한다. 알뜰폰 업체들이 개별로 통신사와 협상하는 것보다 정부가 통신 3사와 일괄적으로 망 사용료를 협상하는 방식이 낫다는 판단에서다. 알뜰폰 업계는 개별 협상 이후 결과를 정부가 관리하는 현행의 사후규제를 꺼려한다.
지난 윤석열 정부에서 통신비 경감 대책은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5G 중간요금제가 도입됐고 전환지원금 제도도 시행됐다. 5G보다 비싼 LTE 요금제는 개편됐고 알뜰폰 도매대가도 인하돼 숨통이 트였다. 이러한 정책들이 일정 부분 성과를 냈음에도 여전히 요금 인하에 머무르고 있다.
통신업계는 소비자 부담 완화 이상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통신 품질과 속도를 제공하는 국가 중 하나지만 단말기 보조금, 요금제 등 가격 중심의 논쟁이 정책을 선도하고 있다는 점은 미래 네트워크 전환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최근 발생한 SK텔레콤 해킹 사태는 통신사들의 부담감이 커지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AI 등 신사업에만 신경쓰다가 본업인 통신 관련 보안에 소홀했다는 여론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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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보안 강화' 외치는 이번 대선… 미래 네트워크 경쟁력도 중요━
김문수 후보는 SKT·KT·LGU+ 등 기간통신사업자, 네이버·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 데이터센터를 대상으로 전주기적 디지털 인프라 재난 관리 체계를 세울 계획이다. 중대한 기업과 기관 시설, 정보 등을 재평가해 주요 '정보통신기반시설'로 지정하고 암호화 대상 정보도 확대할 방침이다. 해킹 발생 시 1시간 내 알림·7일 내 대응 시스템도 법제화한다.
보안 수준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내 네트워크 경쟁력 역시 낙관할 상황이 아니라는 시각이 많다. 한국은 작년 세계경제포럼(WEF) '네트워크 준비 지수(NRI·Network Readiness Index)'에서 5위였지만 DX(디지털전환)에 필요한 제도적 환경과 정책적 역량을 의미하는 거버넌스는 22위다. NRI 순위가 비슷한 국가들과 견줘도 거버넌스 역량이 낮았다. 1위인 미국은 거버넌스 9위였으며 2위 싱가포르, 3위 핀란드, 4위 스웨덴도 모두 10위권이다.
유연한 활용이 어려운 주파수 자원을 제대로 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주파수 자원 대부분을 정부와 공공기관이 갖고 있는데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공공주파수를 개방해 민간이 활용할 수 있도록 통신망으로 바꿔 품질과 커버리지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미래 통신의 핵심인 AI 네트워크 강화도 이와 못지 않게 중요하다. 최근 네이버, KT 등 국내 주요 IT 기업들은 AI 기반 통신망 자동화, 초저지연 데이터센터 연계망 구축 등 새로운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다.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 까닭에 정부의 뒷받침이 있어야 지속될 수 있다. AI·6G 네트워크 구축에 나서는 기업들에게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투자 활성화와 규제 철폐가 가능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유력 후보들이 2030년 6G 상용화에만 매몰돼 있는 것도 주의해야 할 부분이다. 과거 5G 세계 최초 상용화 이후에도 소비자 기만 논란이 등장하는 등 가시적 성과에만 치중해 본질이 훼손됐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이번에 이와 같은 우를 범하지 않으려면 근본적인 네트워크 경쟁력을 강화해 실질적인 네트워크 기술 구축이 시급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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