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 목동 6단지 아파트 모습. /사진=뉴시스
재건축 사업의 안전진단 문턱이 낮아지면서 노후 도심 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건설업계는 여전히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등 규제가 남아 있고 공사비 상승이 지속돼 사업을 결정하는 데는 적잖은 위험 요소가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3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다음 달 4일부터 이른바 재건축 패스트트랙으로 불리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개정안이 시행된다. 해당 개정안은 재건축 사업의 최대 관문이던 안전진단 절차를 완화한 것이다. 기존 '안전진단'은 '재건축진단'으로 명칭이 변경되고 사전 현지 조사 절차가 폐지된다.


사업 초기 단계에서 안전진단 없이 추진위원회 구성과 정비계획 수립, 조합 설립이 가능해진다. 이에 따라 사업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 국토교통부는 개정안이 시행되면 재건축 사업 소요 기간이 평균 약 13년에서 10년으로 3년가량 단축될 것으로 내다봤다.

도정법 개정안은 재건축 규제 완화에 반대 입장이던 더불어민주당 등 거대 야당과의 합의를 이루는 데 성공했다. 주거환경 항목도 확대돼 진입 장벽이 한층 낮아진다.

기존 평가 항목 중의 하나였던 '비용 분석'은 삭제되고 '주거환경' 비중이 30%에서 40%로 높아진다. 그리고 ▲지하주차장 ▲엘리베이터 ▲환기 설비 ▲대피 공간 ▲단지 안전시설 등 노후 단지의 취약점을 반영한 항목들이 새롭게 포함됐다.


이번 정책 시행으로 30년 이상 노후 아파트 비중이 높은 서울 노원·도봉·양천구 등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공사비 상승에 따른 개발이익 하락은 사업을 방해하는 요소로 지목된다.

이태희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경제금융·도시연구실 연구위원은 "큰 장애물이던 안전진단이 개편됨에 따라 재건축 초기 속도가 붙고 공급 확대에도 기여할 것"이라며 "사업 기간이 단축되면 투자 심리도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도의 문턱은 낮아졌지만 공사비가 상승하며 조합원의 분담금이 증가해 여전히 신중한 분위기다. 재건축 조합원이 개발이익 8000만원의 초과분에 대해 최대 50%를 세금으로 내야 하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 걸림돌이다.

고하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절차는 간소화됐지만 수익성 문제가 남아 있어, 수도권 일부 지역 외에 재건축 사업 결정이 어려울 것"이라며 "재초환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는 "지방 등 재건축 수익성이 낮은 지역에선 사업을 시작해도 착공으로 이어지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