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와 유족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2심에서 일부 승소했다. 사진은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사진=뉴시스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와 유족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2심에서 일부 승소했다. 법원은 1심 판결을 뒤집고 "미쓰비시는 피해자에게 1억원을 배상하라"고 판단하면서 80년 만의 법적 책임 인정이 이뤄졌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1-1부(부장판사 임은하·김용두·최성수)는 지난달 9일 김한수(107) 씨가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1심을 파기하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고령으로 법정에 출석하지 못한 김 씨는 2019년 4월 "같은 인간인데 왜 개나 돼지도 못한 대우를 받아야 했나"라며 눈물로 법정 문을 두드렸다.


김 씨는 1944년 7월, 황해도에서 26세 나이에 일본 나가사키 미쓰비시 조선소로 강제 동원됐다. 열악한 노동 환경과 극심한 식사 부족 속에 버텼고, 1945년 8월 나가사키 원폭 투하 당시에는 폭심지에서 불과 3㎞ 떨어진 현장에서 작업 중이었다. 귀국은 종전 이후 1945년 10월에야 가능했다.

이후 그는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1억원의 위자료를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2022년 1심 재판부는 "2012년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을 기준으로 보면 소멸시효 3년이 지났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하지만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2012년은 파기환송에 불과하며,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사법적 구제 가능성이 실제로 열린 시점은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라며 "2018년 10월 30일 이후 3년이 지나기 전인 2019년 4월에 소송을 제기했으므로 소멸시효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이번 손해배상 청구권은 일본의 불법 식민지배와 침략전쟁 수행에 따른 반인도적 불법행위에 근거한 위자료 청구권으로,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른 청구권 소멸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지난해 12월 대법원이 내린 '2차 강제동원 피해자 손배소' 판례를 충실히 따른 결과다. 당시 대법원은 "2018년 이전까진 일본 기업이 소멸시효를 주장할 수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고, 이후 하급심 판결도 동일한 방향으로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