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구영 KAI 사장이 최근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후임 인선에 관심이 모인다. 글로벌 경쟁력 확보, 사업 연속성 등을 위해 낙하산 인사 관행이 아닌 전문 경영인 체제로 나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사진=KAI
강구영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이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후임 인선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 대표 방산기업인 KAI는 정권과 연관된 '낙하산 인사'가 최고경영자(CEO)에 임명되는 관행으로 비난을 받았다. K방산의 위상이 커지고 있는 만큼 꾸준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전문 경영인 체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현재 KAI의 최대 주주는 지분 26.41%를 보유한 한국수출입은행이다. 정부 관련 기관 지분율이 높은 탓에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사장이 교체되는 일이 반복돼 왔다. KAI를 거친 8명의 CEO 가운데 내부 출신은 5대 하성용 사장이 유일하다. 나머지 7명은 건설교통부, 육·공군, 산업통상자원부, 감사원 등 정부 출신 인사들이다.


방위산업은 장기간에 걸친 기술 축적과 해외 수출 역량이 핵심이다. KAI가 생산하는 항공기의 경우 개발부터 양산까지 10년 이상이 소요되지만 사장 임기는 대부분 3~4년에 그친다. 잦은 수장 교체가 경영 효율을 저해하고 수출 과정에서 기업 신뢰도를 떨어트릴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KAI는 현재 FA-50 수출 확대와 KF-21 양산 본격화 등 중대한 과제를 앞두고 있다. 2015년 체계 개발에 착수한 한국형 전투기 KF-21은 최종 조립 단계에 진입했으며 양산 1호기는 내년 하반기 공군에 인도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사업의 연속성을 이어갈 수 있는 전문 경영인 체제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정권과 '코드'가 맞는 경영진이 사업 추진에 유리하다는 시각도 있다. 방위산업은 단순한 무기 수출을 넘어 외교·안보 협력이 뒷받침돼야 하는 분야로 정부와의 조율 능력도 중요하다. 정부와 손발을 맞출 수 있는 인사가 선임될 경우 사업 추진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차기 사장으로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캠프 출신 인사가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통령이 국방 및 방위사업청의 문민화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군 출신이 아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전임 안현호 사장과 같은 경제 관료 출신 인사가 발탁될 수 있다.

업계에선 방산 수출 경험이 풍부한 강은호 전 방위사업청장이 언급된다. 문재인 정부 시절 방사청장을 지낸 강 전 청장은 아랍에미리트(UAE)와 4조원 규모의 '천궁-Ⅱ(M-SAM2)' 수출 계약을 성사시킨 바 있다. 2006년 방사청 개청 당시부터 함께한 원년 멤버로 방위산업 전반에 대한 전문성과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선 기간 이 대통령의 국방안보자문위원단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강은호 전 방사청장은 방위산업에 대한 이해와 역량을 갖춘 인물"이라며 "KAI 사장으로 선임될 경우 제도적으로나 정책적으로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고 말했다.

차재병 KAI 부사장의 내부 승진 가능성도 있다. 차 부사장은 KAI 전신인 삼성항공에 입사, 32년간 재직하며 T-50과 FA-50 등의 개발·설계부터 양산, 수출까지 폭넓은 실무 경험을 쌓아왔다. 최근 3년간 ▲2022년 KFX 최고기술자 ▲2023년 고정익개발그룹장(전무) ▲2024년 고정익사업부문장(부사장)으로 고속 승진하며 입지를 다졌다.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KAI가 대표이사를 포함해 2인 이상의 사내이사를 둔 것은 15년 만이다. 내부 승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배경 중 하나다. 현재 KAI의 전체 매출 중 46.91%는 차 부사장이 담당하는 고정익 부문에서 나오고 있다.

후임 인선의 윤곽이 드러나지 않은 가운데 전문가들은 명확한 인사 검증 기준 마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최소한 항공 산업과의 연관성이나 방산 분야에 대한 이해도를 갖춘 인물이 선임돼야 한다"며 "이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인사 검증 기준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