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2025 Cemtech Asia'(2025 셈텍 아시아) 토론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김학주 박사, 이창기 한국시멘트협회 부회장, 피터 호디노트 전 유럽시멘트협회장, 토마스 암스트롱 셈넷 회장, 삼표산업 장 미셸 전무, 김진만 공주대 교수, 김진효 변호사. /사진=정연 기자
국내 시멘트업계가 탈탄소화에 속도를 내기 위해선 저탄소 석회석 시멘트 생산을 확대하고, 순환자원 재활용을 촉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탄소중립을 위한 중장기적 전환 과정에서 정부의 기술적·재정적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10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시멘트 산업 콘퍼런스 '2025 Cemtech Asia'(2025 셈텍 아시아)에서 한국 시멘트산업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다양한 논의가 이뤄졌다. 이날 특별세션으로 마련된 국내외 시멘트산업 전문가 초청 토론회에선 시멘트업계의 원료 및 연료 전환과 이산화탄소 포집·활용 기술(CCUS) 등에 관한 이야기가 오고갔다.


장 미셸 삼표산업 전무는 시멘트업이 폐기물 처리 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는 "유럽에선 시멘트 산업이 폐기물 처리의 핵심 공정으로 활용된다"며 "시멘트 소성로의 높은 온도가 유해 물질을 완벽하게 열분해하고, 소각과 달리 비산재를 매립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실제로 서울 내 4개 소각장에서 일일 기준 2800톤의 폐기물이 처리되는데, 그 과정에서 500~800톤의 재가 매립지로 보내진다. 장 미셸 전무는 "시멘트 소성로에서 1톤의 생활폐기물을 공동 처리하면 매립이나 소각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0.5톤의 절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진만 공주대학교 교수는 시멘트업계가 탄소 감축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제도적 기반이 더 고도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현재 KS(한국산업표준)의 낮은 다양성 등이 시멘트 기업들의 탄소중립 대응을 더디게 만든다"며 "여러 산업 부산물을 수용할 수 있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총 시멘트량 중 15%의 석회석 미분말을 클링커 원료가 아닌 시멘트 원료로 사용하면 클링커 사용량을 줄이는 동시에 제품 품질도 유지할 수 있다는 게 김 교수의 분석이다.

또 순환자원 재활용에 관해서는 "시멘트공정은 가연성 폐기물의 연료화와 불연성 폐기물의 원료화가 모두 가능하다"며 "우리가 버리는 폐기물을 합리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만큼 시멘트 공정은 매우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환경 규제와 관련된 의견도 나왔다. 피터 호디노트 전 유럽시멘트협회장은 "환경 규제 부담은 시멘트 산업이 규제 준수에 필요한 환경 투자 시설을 확대하는 데 도움이 돼야 한다"며 "준수·투자에 따른 추가 비용은 시멘트 제품 소비자에게 공정하게 시멘트 가격에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체연료 확대를 위해선 관련 규정이 개선돼야한다고 봤다. 이창기 한국시멘트신소재연구조합 이사장은 "국내 시멘트업계는 폐기물관리법에 규정된 중금속, 염소 및 발열량 기준을 준수하는 폐기물만 대체연료로 재활용할 수 있다"며 "현행 폐기물관리법상 시멘트 대체연료의 발열량 기준은 4500㎉/㎏인데, 이는 고형연료제품(SRF)보다 1000㎉/㎏ 높아 대체연료 확대에 장애가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멘트 대체연료 발열량 기준을 SRF 제품 기준과 동일한 3500㎉/㎏ 로 완화해야 한다"며 "국가 온실감스 감축에 기여하는 동시에 매립·소각장 부족에 따른 정부 부담을 줄이고, 국내 폐기물 재활용 시장도 활성화시킬 수 있다다"고 말했다.

행사를 총괄지휘한 토마스 암스트롱 셈넷 회장은 순환 자원 재활용에 관한 인식도 개선돼야 한다고했다. 토마스 회장은 "폐자원을 무해하게 재활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거의 모든 산업에서 오랫동안 추진되어 온 방향"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한국과 달리 유럽은 폐기물 등을 '자원'으로 인식하고 이를 통해 사회적 편익을 극대화한다"며 "이해관계자 간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익적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멘트업계의 탈탄소 전환을 뒷받침할 재정적 지원도 마련돼야 한다고 언급됐다. 토마스 회장은 "유럽은 각국에서 시멘트업을 핵심 전략산업으로 인정하고 있다"며 "현재 ETS(탄소배출권 거래제)를 기반으로 조성된 혁신펀드를 통해 시멘트산업의 CCUS 프로젝트가 확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